
타이틀은 ゼイタクビョウ(사치병) -贅沢를 일단 사치라고 하긴 했지만 영 어감이 살지 않는군요 T_T-
1. 内秘心書
ONE OK ROCK의 메이져 데뷔 싱글입니다.
굉장히 비트감이 좋은 곡으로, 간주 부분의 풍부한 기타 프레이즈가 매력적입니다.
무엇보다노 놀랐던 것은 가사입니다. ONE OK ROCK의 곡은 대부분 보컬인 TAKA가 만드는데,
10대의 감성이 너무 적나라하다 싶을 정도로 잘 드러나 있어서 놀라울 정도입니다.
그거야 TAKA가 10대니까 당연한거 아니야?라고 간단히 말하기에는 표현력이 너무 좋아요.
이제는 10대에서 꽤 많이 멀어져 버린 제가 그 시절의 감성으로 돌아갈 만큼 말이죠.
[저질러버린 죄의 수가 외로움을 말하고 있어. 그랬더니 어른들은 그걸 보고 모든 것을 나쁘게 말하잖아?
말할 수 없어 보이지 않아 보고 싶지도 않은 거 아냐? 그러니 날아오를 수 있을 리가 없어.
어쩔 수 없는 건 어쩔 수 없는 거지만, 사실은 그런 게 아니잖아?]
라며 시작한 이 곡은 TAKA의 다소 거칠거칠한 보컬이 빛을 발하며 한없이 질주해 갑니다.
모두 필요없다고, 날 그냥 내버려두라고 소리치지만 마지막에 나타난 진심은,
[사실은 말로 큰 목소리로 말하고 싶은데, 누군가 알아줬으면 좋겠는데, 혼자는 괴로운데...]
진심을 노래할때 순식간에 변하는 TAKA 목소리가 정말로 매력적입니다.
자존심 강하지만 사실은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은 남자아이의 마음을 제대로 엿보는 기분이었습니다.
+)10대 중반에 이미 모진 풍파-_-를 겪은 TAKA가 쓴 가사라 그런지 더 마음에 와닿네요;;
2. Borderline
꽤나 상콤하게 시작하는 곡입니다. TAKA의 고음이 의외로(?) 깔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인간불신 상태에서 '당신'을 만나고 '대답은 내 안에 있어'라고 변해가는 내용으로,
다소 팝적이면서 빠른 템포곡인데도 간주는 확실하게 하드해서 라이브를 보고 싶은 곡입니다.
무대 위를 종횡무진 뛰어다니며 부르는 모습이 저절로 머릿속에 그려지는 곡입니다.
뭐, TAKA가 이 빠른 노래를 뛰면서 부를 수 있을 정도의 폐활량이 되는가의 문제는 제껴두고. (웃음)
3. (you can do)everything
이번 앨범 안에서 가장 팝적인 곡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사도 '너 内秘心書 가사 쓴 사람 맞니?'란 생각이 들 정도로 밝고,
듣고 있다보면 저절로 어깨가 들썩거리는 곡입니다.
런닝타임이 좀 짧아서(3분 38초) 이제 막 즐겁게 듣는데 끝나버리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4. 夜にしか咲かない満月
다소 팝적으로 흘러가던 흐름이 선회하는 곡입니다.
TAKA의 거칠거칠한 보컬을 잘 느낄 수 있습니다.
가만보면 TAKA가 만든 곡들은 마지막 후렴 직전에 반주를 극도로 제한하고 속삭이듯이 노래하다가,
베이스가 들어오고 드럼이 들어오면서 TAKA가 다시 지르는-_- 패턴이 많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곡에서의 다시 지르는 부분이 취향입니다. (웃음)
5. 努努 -ゆめゆめ-
메이저 2번째 싱글로, 개인적으로 사연이 좀 많고 제가 처음으로 접했던 ONE OK ROCK의 곡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맨 처음 들었을 때는 정말 별로였습니다. 그래서 다음 싱글을 들어볼 생각도 안했을 정도로;;
사실 곡이 좀 산만하긴 해요. 도입부와 랩 부분과 후렴구 분위기가 계속 휙휙 바뀌거든요.
솔직히 지금도 그 생각엔 그다지 변화가 없긴 한데 계속 듣다 보니 후렴구가 너무 좋다는 겁니다 T_T
[꿈은 꾸는 게 아니라 그래, 이루는 거잖아? 그러니까 이룰 수 없는 꿈은 꿈이라고 할 수 없어!!
그래도 사람들이 '꿈은 꿈'이라고 말한다면 우리가 먼저 어른들을 부정하고 웃어넘겨줄께! 날려줄께!]
이 가사가 너무 좋아요. 저도 이미 '꿈은 꿈'이라고 말해버리는 세대가 되어버렸지만-_-
그래서인지 이 부분을 들으면서 '그래, 늬들은 그렇게 자신만만하게 꿈을 안고 살아가!!'란 마음이 되었..;;
6. カゲロウ
앨범 안에서 가장 의외였던 곡입니다. 'TAKA, 너 이런 사랑 노래도 만드는 거야?'라며 놀랐었습니다.
도입부의 부드러운 보컬이 굉장히 좋습니다. 그 부분이 그대로 후렴에서 다시 나오는데 굉장히 다르게 부릅니다.
도입부가 안타까운 느낌이라면, 후렴에서는 마음을 전하지 못하는 자신을 답답해하는 게 느껴진다고나 할까요?
[아무렇지 않은 행동에도 눈은 그대만을 쫓고 있었어...라고 생각했을 때는 이미 좋아하고 있었어.]
라는 가사를 잔잔한 기타 반주에 맞춰 TAKA가 나직히 불러줬을때는 저도 모르게 두근, 해버렸습니다.
7. Lujo
Lujo는 스페인어로 사치. 즉 앨범 타이틀인 ゼイタクビョウ(사치병)과 연결되는 곡입니다.
만은, カゲロウ와는 정반대의 곡으로 여러모로 カゲロウ와 함께 앨범 안에서 가장 튀는 곡입니다.
꽤나 어둡고 몽환적인 곡인데, 이런 분위기를 싫어하지 않는 저인데도 솔직히 많이 끌리지는 않았습니다.
일단, 가사가 잘 전달이 안돼요. 저는 노래 들을때 가사에 꽤 신경을 많이 쓰면서 듣는 타입이라..;;
ONE OK ROCK가 아직 스타일이 확실히 잡힌 밴드가 아니긴 하지만, 그래도 다른 곡들과 너무 다르다 싶었는데,
작곡을 보니 ALEX, RYOTA, TOMOYA가 했더군요. 딱히 TAKA 편애를 하고 싶은 건 아닌데, 전 TAKA 곡이 취향인가봐요;;
8. ケムリ
이건 조금 독특한 이유로 라이브가 보고 싶은 곡입니다.
후렴구까지가 꽤나 의욕없는 목소리인데도 속도는 엄청 빠른데다가 가사는 발음하기 참 어려워 보이거든요.
라이브에서도 안씹고(..;) 정확한 발음으로 노래할 수 있는지 한번 보고 싶다는. (웃음)
9. 欲望に満ちた青年団
그렇게 빠른 곡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어깨가 흔들거립니다.
어쩐지 라이브에서 양옆으로 크게 손 흔들어가며 듣는 게 머릿속에 그려지는 곡입니다.
그리고 그 박자에 맞추듯이 둥둥, 하고 울려주는 단순한 베이스가 저는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 곡도 꽤 짧은데(3분 22초) 조금만 더 늘려주거나, 마지막에 좀 더 질러줬으면 하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
10. エトセトラ
메이저 3번째 싱글로 저를 지금 이 상태로 이끌어준 계기가 된 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努努 -ゆめゆめ-로 관심을 접었는데, 우연히 이 곡을 듣고는 완전히 ONE OK ROCK에 빠져버렸으니까요.
조용히 '헤어짐'을 말하는 도입부를 지나면 곡은 급전환해서 '왜'냐고 격하게 외칩니다.
[가버린 당신따위 바이 바이 바이 라고 말하고 싶지만 말할 수 없는 건 왜지? 왜지?
당신따위 보고 싶지도 않아, 영원히 라고 말하고 싶은데 (그렇게) 생각할 수 없는 건 왜지? 왜지?]
라며 미워하고 싶지만 차마 미워할 수 없는 헤어진 연인에 대한 마음이 TAKA의 거친 보컬에 실려 가슴에 와 박힙니다.
이번 앨범을 기다리면서 이 곡만 몇 백번은 들은 것 같은데 앨범 안에서 들어도 너무 좋습니다.
저는 싱글로 너무 많이 들어버리면 정작 앨범에서는 지겨워서 그냥 넘겨버리게 되는 습성이 있는데
이 곡은 그런 것도 없습니다. 그렇게 들어놓고도 오히려 이 곡이 나오길 기다리기까지 합니다.
누군가 제게 ONE OK ROCK의 곡 중에서 가장 좋은 곡을 꼽으라고 한다면 0.1초만에 エトセトラ라고 대답할 겁니다.
11. A new one for all, All for the new one
エトセトラ에서 실컷 지르고 난 뒤에 이 곡으로 차분하게 앨범을 마무리 하는군요. (웃음)
게다가 마지막 가사는 [안녕이라고는 말하지 않을거야. 가까이 있다고 믿고 있으니까.]
그래서인지 여운이 굉장히 많이 남는 곡이고, 서둘러 다시 1번 트랙 플레이 버튼을 누르게 만드는 곡입니다.
아직 밴드 색체가 확실하지 않아서 다소 중구난방스러운 면이 있기는 하지만,
그런 단점을 커버하고도 남을 정도로 곡 하나하나가 너무 좋습니다.
개인적으로 올해는 모시는(웃음) 분들 앨범이 꽤 나왔는데도,
이 앨범을 올해 최고로 꼽고 싶어서 모시는 분들에게 죄송할 정도입니다.
-이게 제가 지음에서 처음으로 써보는 음반 리뷰이니 말 다 했지요;;-
그리고 가장 놀라운 건, (인디작이 있긴 하지만) 이게 첫번째 앨범이라는 겁니다.
평균연령 19세.
앞으로가 너무 기대되고, 성장해갈 모습을 보게 될거라 생각하니 벌써부터 즐겁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