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인 블로그에 올린 것을 옮겨 올려봅니다. 언제나 서문이 긴 점;;항상 양해 부탁드리겠구요.
글 전개상 반말인 점도 양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곡 들으시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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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MPS
VAMPS
2009/06/10 발매 (VAMPROSE)
HYDE(L'Arc~en~Ciel)와 K.A.Z(Oblivion Dust)가 결성한 신인 밴드 VAMPS. 신인이라는 말이 기존의 두 사람의 팬들에겐 어색하겠지만, VAMPS는 이런 밴드다라고 설명하기 위해 아직도 < HYDE(L'Arc~en~Ciel)와 K.A.Z(Oblivion Dust)의 밴드>라는 수식어를 지겹도록 써야 하니, 과연 신인은 신인인 셈이다. 그러나 이렇게 얍삽한(?!) 신인밴드가 또 어디있으랴. 신인치고는 너무나도 화려한 이력과 남겨온 자취는 이들을 모든 것이 가능한 신인으로 만들었고, 그러한 커리어 위해 행해진 싱글 발매와 라이브 투어는 미처 첫 앨범도 내지 않은 상황에서 항상 최고의 퀄리티를 이루어냈다. HYDE 본인으로부터 'HYDE'의 휴지 아닌 휴지가 <HYDE IS DEAD>사진집, 베스트 앨범<HYDE>를 비롯하여 속속 선언되었고, 'VAMPS'라는 밴드명으로 본격적인 밴드활동을 개시하여 08년 7월 첫 싱글을 발매, 2008년 이루어진 'VAMPS LIVE 2008'은 무려 이 싱글 하나만 가지고 전국 약 50곳을 돈 대대적인 체재형 투어가 되었으며, 2009년 2월에 작년의 라이브를 수록한 DVD 발매, 동년 3월 세컨드 싱글, 그리고 첫 앨범 <VAMPS>의 선행싱글이 되기도 하는 써드 싱글을 동년 5월에 발매, 그리고 앨범이 발매되기도 전인 5월부터 바로 속행된 'VAMPS LIVE 2009'가 절찬진행중. 그야말로 사춘기 청소년처럼 질풍노도의 활동을 정력적으로 이어나가고 있다.
밴드이름이 VAMPS가 되었으므로 당연하게도 모든 창작물에 HYDE라는 이름이 붙지 않게 되거나 뒤로 밀려나게 되었고, 'HYDE'명의의 HYDE의 솔로 활동을 그리워하는 팬들은 여전히 많이 있으며 'HYDE'에는 익숙해도 'VAMPS'는 생소한(당연한 일이지만) 일반 리스너들이나 라이트 팬층도 존재하기 때문에 VAMPS가 갖는 리스크는 '속은 유명하지만 겉은 유명하지 않은' 역설적인 형태를 띠게 된다. 다소 민감한 발언이 될 것 같지만 원래부터 K.A.Z가 HYDE의 솔로 활동에 작곡이나 공동 프로듀스 등에 대대적으로 참여했었다고 하더라도 그가 'HYDE'시절의 세션(말이 세션이지 거의 정식 멤버이긴 했지만)에서 '같은 밴드의 멤버'가 됐다는 사실은 기존의 HYDE 팬들에게는 매우 생소한 경험이었으리라 생각한다. 오랫동안 익숙했던 것에 새로운 것이 들어온다는 그 이질감이랄까. 게다가 HYDE의 경우에는 '첨가'의 의미보다는 거의 '신생'에 가깝기 때문에, 오랜 커리어와 팬층을 다져온 '신생 HYDE'는 기쁘고 반가운 것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좋을지 몰랐을 팬들도 분명히 존재했다.
그러나 이러한 이질감과 생소함을 금세 쓸데없는 감정으로 만드는 것 역시 그들의 '총체적 엔터테인먼트의 구현'에 있어서의 베테랑다운 숙련된 감각과 천부적인 재능이었다. 악곡도 그렇고 라이브도 그렇고 굿즈며 VAMPARK며 하는 것 모두가 광적인 기쁨, 노는 것, 장난, 소란스러움, 왁자지껄함, 미친듯한 즐거움 등과 같은 어디까지나 포지티브한 환희의 감정만을 제 1로 내세우고, 그들의 캐치프레이즈(?)인 「SEX BLOOD ROCK N' ROLL」처럼 퇴폐적이고 광란적인 극상의 희열을 로큰롤이 표현할 수 있는 모든 것으로 뽑아내는 절대적 힘을 아낌없이 발산중이다. 그런 그들의 첫 결정체는 철저하게 즐겁게 날뛰면서 라이브를 하기 위한 것이라는 것이 그들의 공통된 설명이지만, 그런 단순하다면 단순하다고 할 수 있는 창작이유로는 납득이 되지 않는, 더 정직하게 말해서 이런 퀄리티의 앨범이 완성되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이것은 싱글 3곡과 앨범곡들의 색이 많이 다른 점에서도 기인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싱글곡과 앨범곡에 전혀 차이가 없는, 즉 앨범곡들이 싱글곡이 되어도 상관없을 정도의 한결같은 극상의 퀄리티를 보인다는 점에서도 기인한다. 공동프로듀서로서 참여했을 때보다 멤버가 된 만큼 더욱더 전면적으로 참여한 K.A.Z의 능력은, 하이도가 왜 그에게 밴드 결성을 권유했는지, 왜 그렇게나 그를 칭찬하고 신뢰하는지(음악과 사람 7월호 인터뷰에서 그는 '솔직히 말해서 나는 K.A.Z밖에 믿지 않는다'라고 언급했다) 납득이 갈 만큼 앨범 전체에 지대한 영향과 그 재능을 여과없이 펼쳐보이고 있다. 그와 이미 공인된 실력자인 HYDE의 융합이 이렇게나 굉장하고 멋진 것이었는지 통감하게 해주는 첫 앨범은, 하고 싶은 것을 철저히 추구하고 구현하는 치열한 면모와 현재를 마음껏 즐기는 어찌보면 아이같은 순수한 열정이 어우러진, 그들이 듣고 자랐고 또 지금까지도 실현하기 위해 꾸준히 그려왔던 80-90년대의 락의 도원향 속의 레트로 스타일이 자아내는 향수, 듣기 쉬운 아메리칸 락 스타일의 스트레이트한 사운드가 들려주는 시원한 질주감, 아시아판 글램 락의 극대화된 실현이라고 해도 좋을 퇴폐스러움이 가득 배어있지만, 하나하나 분명한 색을 띠고 숨쉬는 곡들이 역으로 이보다 더한 통일감을 가질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컨셉츄얼한 명반이다.
1 BITE m:HYDE
VAMPS라는 이름에 걸맞는, 70-80년대의 호러 영화를 연상시키는 사운드로 가득한 30초짜리의 짧은 인트로지만, 그 30초 안에 이 앨범이 무엇을 표현하고자 하는지, 이 앨범의 컨셉은 어떠한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중요한 트랙이다. 중반부터 깔리는 클랩 사운드(지난 투어의 관객들에게서 빌려왔다고 함)는 2번 트랙의 시작을 예고하는 서막의 역할이자 이들의 거대한 세계관으로의 돌입을 알리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2 LOVE ADDICT m&l : HYDE
2008년 7월 2일 발매한 VAMPS의 시동을 알리는 첫 싱글. 아마 팬들이라면 지겹게 들었을 정도로 귀에 익숙하겠지만, 그만큼 듣기 쉬운 스트레이트한 멜로디로 구성된 넘버이다. 심플한 어레인지 속에서도 상당히 테크니컬한 기타의 백 사운드가 곡의 후반부에서 묘미를 살려주고 있으며, HYDE명의의 솔로 앨범 <666>이나 <FAITH>과는 또 다른 느낌의 섹시한 스크래치 보컬은 HYDE의 목소리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와일드한 매력을 자랑한다. 라이브에서는 클랩 사운드와 더불어 라이브를 절정으로 달리게 하는, 그들이 원한 그대로 그저 완벽하게 즐길 수 있는, 라이브에서 그 매력이 한층 가중되는 귀중하고도 의미있는 곡이다.
3 COSMOS m:K.A.Z l:HYDE
모든 앨범에 실린 곡이 그러할 것이지만, 개인적으로는 특히 싱글컷으로 해도 전혀 손색없을 듯한 넘버로 리스너들 사이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곡이다. 부유감과 질주감 가득한 멜로디와 넓게 확장되는 후렴구는 정말 빛과 같은 속도로, 제목처럼 우주 안으로 인도하는 듯한 강렬한 속도감으로 가득하며, 앨범 전체로 보면 드물게 가사도 악곡도 포지티브하다. 70-80년대를 떠올리게 하는, 어딘가 그리움을 자아내는 멜로디의 세련된 어레인지가 돋보인다. <어지러울 정도의 시간의 홍수 / 깜빡이는 순간 사멸과 탄생 / 유구의 흐름에서 그 한방울이라도(目眩のような時間の洪水 瞬く瞬間死滅と誕生 悠久の流れ一雫でも>와 같은 HYDE 특유의 몽환적이고 서정적인 가사와, 힘이 다하도록 강력하게, 상당한 고음을 남김없이 지르면서도 적절하게 팔세트와 성질(聲質)을 능수능란하게 조절해내는 보컬의 역량이 돋보이는 걸작이다. 이 앨범으로 인한 새로운 발견은 바로 VAMPS의 드러머 Arimatsu(근육소녀대 보컬 오오츠키 켄지를 중심으로 결성된 밴드 토쿠사츠[特撮]의 멤버)이다. 그는 그저 서포트 멤버로만 여기기에는 너무나도 굉장한 드러밍을 이 곡을 포함한 10곡의 곡에 여과없이 선보이고 있는데, 이 매력을 잘 캐치하는 것도 전체 앨범 감상에 좋은 길잡이가 될 듯 싶다.
4 SECRET IN MY HEART m:K.A.Z l:HYDE
<드디어 갈 곳을 보았어, 영원한 어둠을..(行く先を見た 永久の闇を)>과 같은 다크함을 전면에 드러낸 가사는 뱀파이어가 인간을 사랑하게 된다면 어떤 기분일까를 생각하며 썼다고 하는데, 이처럼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대한 안타까움과 애절함과 슬픔 그리고 전반적으로 고딕적인 느낌과 단조의 다크하고 헤비한 사운드가 주를 이루고 있지만 업템포의 속도감으로 곡 전개가 빠르며 기승전결이 명확하다. 또한 상당히 다채롭고 정교한 어레인지가 돋보이는데, 단순히 헤비한 사운드를 내기 위해서 무조건 쾅쾅 울리는 것이 아니라 웅장함까지 갖추어져, 앨범 이미지의 중심을 잡아갈 때 만들어진 곡 답게 거대한 세계관과 스케일을 가진 넘버이다. 전 트랙과는 한층 다른 거칠고 무게감있는 보컬도 포인트.
5 EVANESCENT m&l : HYDE
이 앨범의 선행싱글이라고도 할 수 있는, 2009년 5월 13일에 발매된 세번째 싱글. 그들 스스로 격한 발라드(ハゲバラ)라고 불렀던 만큼, 전 트랙에서 일변하여 듣기 쉬운 캐치한 멜로디지만 격정적이고도 곡 제목처럼 덧없는 보컬이 묘한 밸런스를 이루고 있다. 어레인지 자체도 심플한 듯 하다가도 후반부에서 숨을 토해내는 듯한 구성이 <SEASON'S CALL>과 어딘가 닮아있는데, 이 전 트랙들과 이 뒤로 계속될 헤비한 넘버의 사이에서 완급을 조절하는 역할 역시 <SEASON'S CALL>을 연상케 한다. 개인적으로는 <여기까지 왔으니까 더 이상 걱정하지마(ここまで来たから心配しないで)>라는 가사에 알 수 없는 위안을 느낄 정도로 굉장히 좋아하는데, 이 가사로 시작한다는 사실 자체도 굉장하지 않은가 싶다.
동 싱글에 수록된 커플링곡 <Life On Mars?>는 데이빗 보위의 명곡을 커버한 곡. 원곡과는 전혀 다른 하드하고 미스테리한 긴장감 넘치지만 70년대의 느낌을 잃지 않고 잘 살린 어레인지는 HYDE 혼자 담당했다고 한다. HYDE 명의 시절의 커버 <Lucy in the Diamond Sky>(비틀즈), VAMPS의 세컨드 싱글 커플링인 커버곡 <TROUBLE>(Shampoo)처럼, 그만의 독창적인 곡 해석 능력을 보여주는 걸작.
6 VAMPIRE DEPRESSION m:K.A.Z l:HYDE
전주에서부터 메탈색을 강하게 드러내는, 앨범 통틀어서 가장 헤비한 넘버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시종일관 거칠고 음울한 분위기이지만, 단지 그러한 곡으로만 끝내지 않는 것이 HYDE의 보컬이다. 전 트랙과는 너무나도 다른, A멜로디와 B멜로디에서는 섹시하고도 매트한 질감을 내었다면, 후렴에서는 데스 보이스를 연상케하는 용서없는 샤우팅을 들려주는 보컬이 곡의 진행을 지배하고 있을 정도라고 해도 좋을 만큼 훌륭한 사운드를 선사하고 있다. 처음에는 더 메탈색이 강했지만 조금 어레인지를 첨가하여 지금의 곡이 되었다고. 어딘가 Within Temptation(위딘 템테이션:네덜란드의 고딕메탈 밴드)을 연상시키는 심포닉한 어레인지가 웅장함을 더해주고 있다.
7 REDRUM m:K.A.Z l:HYDE
저명한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영화 <샤이닝(The Shining,1980)>에 등장하는 REDRUM의 정체, 그것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것이 공포영화를 좋아하는 HYDE다운 설명이 아닌가 싶다. 바로 그런 영화를 연상시키는 듯한 긴장감과 스릴이 가득한 멜로디와 한 단어씩 전개되는 A멜로디의 가사 형태가 들으면서도 흥미진진하다. <FAITH>에서의 <IT'S SAD>를 듣는 듯한 속도감도 작렬. 그러나 그저 호러 영화 분위기만 내는 걸까 싶다가도, <SAY GOD, YOU MADE JUSTICE IN THIS WORLD THEN REVERSED IT?>처럼, <PRAYER>와 <JESUS CHRIST>를 작곡했을때의 HYDE의 세계관이 이어져있는 유일한 악곡이다. "중동쪽에서 병사가 포로를 발로 차서 쓰러뜨리는 뉴스가 있었잖아요. 다들 "못된 놈이다"라고 하지만, 그런 상황을 만들어낸 것은 그 나라죠? 언제 죽을지 모르는 일을 하고 있는거니까요. 그들이 난폭한 것도 모르는 게 아니예요. 결국, 누가 악인 건지 알 수 없달까...그런것을 생각하며 쓴 가사입니다" 라는 것이 그의 설명. REDRUM의 정체는 「REDRUM M I'」라는 가사를 보면 명확해진다.
8 DEEP RED m:K.A.Z l:HYDE
앨범의 모든 곡 중 유일하게 HYDE가 거의 터치하지 않았다는 곡인 만큼, 다소 편향된 VAMPS의 색을 띠고 있는 넘버. HYDE의 설명처럼 K.A.Z의 미학이 잘 살아있다. K.A.Z 본인은 007같은 스파이영화를 이미지했다고 하는데, 의도한 바대로 전체적으로 묘한 스릴과 레트로감이 넘쳐나는 멜로디로 되어있다. 시종일관 섹시하고 끈적한 보이스와 영어발음을 들려주는 보컬은 VAMPS다운 퇴폐한 에로스 가득한 가사를 제대로 소화해내고 있다. 앨범곡들 중에서 리스너들의 호응이 좋은 인기곡.
9 I GOTTA KICK START NOW m&l : HYDE
2009년에도 변함없는 질주를 예고했던 세컨드 싱글. 3월 13일에 발매되었다. 전 트랙과는 다른 의미로 레트로감이 전반적으로 감도는 기타리프와 프레이즈는 이 앨범을 통틀어 HYDE의 곡들이 보여주고 있는 듣기 쉬운 캐치한 멜로디에 어울리는 사운드가 되어있으며, 하드하면서도 질주하지 않고 속도를 조절하는 드러밍은 <HIDEAWAY>처럼 기분 좋은 활기찬 스트리트감을 선사한다. 동 싱글의 커플링곡 <TROUBLE>은 영국의 여성 듀오의 데뷔곡인 shampoo의 커버로, 한국에서도 CF에서 자주 쓰인 곡이라 친숙한 히트곡이다. 여성보컬인 곡을 어떻게 소화할까라는 발매 전부터 이어지던 의문을 깨끗이 날려주는, 전반적으로 일렉트로닉한 우치코미로 이루어진 깨끗한 락 튠과 장난기 가득하지만 'bitch'스러운 보컬이 원곡 못지 않은 매력을 자랑하는 수작이다.
10 TIME GOES BY m:K.A.Z l:HYDE
첫 싱글 <LOVE ADDICT>의 커플링곡으로 발매 당시부터 타이틀곡에 못지 않은 큰 인기를 얻은 곡. 작곡자는 K.A.Z만이라고 되어있지만 실제로 후렴구는 HYDE가 붙였다. 어쿠스틱 기타 리프로 시작하는 인트로에서부터 상당히 멜로디어스한 후렴까지, 전반적으로 <EVANESCENT>와는 또 다른 애절함이 가득하면서도 바람이 느껴지는 풍경을 떠오르게 한다. 동시에 <LOVE ADDICT>만큼이나 심플하고 스트레이트한 어레인지로 되어있으며, 부드럽고 캐치한 곡조에 숨어있는 격정을 표현하는 듯한 Scott Garret(앨범 내에서 LOVE ADDICT와 이 곡의 드럼 담당)의 드러밍이 인상 깊은 곡이다.
11 SWEET DREAMS m:K.A.Z l:HYDE
<666>에서는 아주 가깝지는 않지만 <SHINING OVER YOU>, <FAITH>에서는 <PERFECT MOMENT>가 담당했던 역할을 수행하는 곡이지만, 그 두 악곡과는 일변한 따뜻함 넘치는 앨범의 유일한 발라드 넘버. 높은 팔세트로 시작하여 고요한 곡조로 시작하여 하루의 피로를 씻고 정말로 달콤한 꿈을 꿀 수 있을 것만 같은 아름다운 후렴구로 이어지는 멜로디는 듣는 이로 하여금 어딘가 가슴 한 구석에서 온기가 피어오르는 듯한 아스라한 감정에 싸이게 한다. 유려한 스트링스와 피아노, 프렛리스 베이스(Fretless Bass)는 마지막까지 고심하여 작업했다는 K.A.Z의 말처럼 곡 전체에 사랑스러운 힘을 가득 불어넣어주고 있다. 따뜻하게 감싸는 듯한 HYDE의 윤기있는 미성도 좋은 조화. '음악과 사람(音楽と人)'의 편집장 가네미츠 히로후미가 "투어의 비일상감을 즐기면서도 어딘가에 남아있는 일상에의 리얼리티. 간주에서 들려오는 전화의 신호음은, 라이브를 끝낸 아쉬움 속에서 문득 일상으로 되돌려진 그가 자신의 갈 곳인 홈으로, 현실과의 무언가를 연결하는 연결하는 신(scene)이다." 라고 극찬해 마지않은 이 곡은, 일반 리스너들에게도 호응도가 높은 명곡이다. 이 곡의 드럼만 아리마츠 마스오(有松益男 : ex.BACK DROP BOMB, Oblivion Dust의 라이브 멤버, 츠치야 안나, J, UVERworld 이외 다수 참가) VAMPS 서포트멤버인 아리마츠와는 다른 인물)가 담당하였다.
12 HUNTING m:K.A.Z
라이브의 인스트용 곡을 만드려고 하던 중에 완성됐다는 곡. 기본 인스트이면서도 'HI! HO! LET'S HUNT!'와 같이 반복적이고 단순한 구호(?)를 넣어 분위기를 고조시키는데 일조하는 쿨한 락 넘버. 살짝 광기를 머금은 듯한 샤우팅과 (VAMPS에 걸맞게 피라고 생각되는)액체를 빨아들이는 소리로 끝을 맺는 것이 어딘가 의미있게 느껴진다. 서프(surf) 록을 이미지해서 만들었다는 것이 K.A.Z의 설명처럼, 탁 트인 풍경과 함께 기분 좋은 질주감을 느낄 수 있을 듯 하다.
13 SEX BLOOD ROCK N' ROLL m&l : HYDE
앨범의 대단원을 장식하는 마지막 트랙이자 서문에서도 언급했듯이 VAMPS의 캐치 프레이즈이며, <MIDNIGHT CELEBRATION>타도를 목적으로 만들었다는 HYDE의 설명만큼 라이브에서 최고조의 분위기를 이끄는 여러모로 의미있는 곡. VAMPS를 상징하는 곡 답게 섹시하고 하드하고 에로틱하고 파티감 넘치고 광란적이며 '마구 달려주는' 기세 좋은 락 튠이 듣는 이를 절로 가열되게 만든다. '라이브는 SEX같은 거니까요'라는 HYDE의 말이 결코 에로틱하게만 들리지 않는 것은 VAMPS가 단순히 '난잡하지만 고져스한 퇴폐와 엔트로피'만을 쫓지 않고, 그 속에서 발생되는 무수한 환상, 열기, 고양감 등 최대치의 아드레날린이 전달하는 극대화된 영감을 언제나 함께 일궈내기 때문이다. 작곡자인 HYDE 본인에게도, 라이브에 참여한 모든 이들에게도 한결같이 사랑받는 VAMPS의 상징적인 넘버.
아무리 동양권 가수들의 인기가 세계적으로 퍼져나가는 시대가 되었다고는 해도 동양권 가수들이 서양에 진출하여 정말로 성공을 거두기에는 여전히 어려운 세상이고, 같은 음악이라도 POP과 K-POP이나 J-POP은 단지 노래되는 언어와 사람만이 다를 뿐인데 무언가 굉장히 다른 종류의 음악처럼 들린다. J-ROCK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나 비주얼 락아니면 로킹온계로 흔히 인식되는 일본의 락은 더한 편견을 가져오기 십상이다. 나는 K-POP이나 J-POP이나 J-ROCK하는 것은 음악의 장르로서 성립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입장이다. 그것은 비주얼락이 음악 장르라고는 부를 수 없다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이와 같은 명칭은 단순히 그 음악의 '생산지'를 구분짓는 유의어(類意語)에 불과하다.
90년대 황금기를 누리던 일본의 락은, 이제 그 황금기를 형성하던 몇몇 밴드들과 어떠한 일이 있어도 불가사의할 정도로 잘 팔리는 밴드들, 그리고 잡지 ROCK'IN ON JAPAN의 단골손님 밴드들-일명 로킹온계-, 가끔가다 재결성하여 과거의 영광을 업고 부활하는 밴드들이라는 구도로 분화되었다. 시대가 변하는 만큼 얼터너티브한 락이나 하이브리드를 추구하는 밴드들도 많아졌지만, 어쩐지 일본 락의 현재는 그나마 팝락의 껍데기마저도 거의 허물어진 듯 일렉트릭 기타만 들고 있으면 다 락이라고 여겨질만큼 쇠퇴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이 마저도 R&B와 대형 여가수들의 팝, 피쳐링과 앤서송, 테크노의 바람에 한참 밀려나 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라는 말도 있는 만큼, 일본적인 락이라고 해서 그것이 결코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문제는 J-ROCK이라는 말이 유의어로서가 아니라 정말 진심으로 '장르로서 정착해버리는 현상'이 일본 락의 현재라는 점이다. 이것은 리스너들이 정착시키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 일방적으로 이름을 붙이는 것이 아닌, 락을 만드는 사람들 그 자신들이 만들어내고 있는 현상이다. 일본 안에서 그들만의 팬이 있고 또 들어주는 사람이 있고 한다면야 밴드로서는 그럭저럭 먹고 살만할 것이고 이름도 유지할 수 있겠지만, 그 과정에서는 음악적인 발전과 새로운 성장이 도외시되는 매너리즘만이 양산될 뿐인 것이고, 그것은 자연스럽게 리스너들의 매너리즘과 질적 쇠퇴로도 이어진다. 그렇다면 그 ROCK을 즐기던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는가? 미하(ミーハー:어떤 대상에 대해서(그것이 미디어 같은 곳에서 자주 흘러나오거나 회자될 때)세간의 일반적인 화제가 되면 달려들어 빠져드는 현상, 또는 그런 사람을 의미하는 일본어)적 성향이 다분한 리스너들을 제외하더라도, 그들이 어떤 식으로 분화된 현재의 락의 구도 속으로 흡수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히 그런 락을 즐기는 사람들은 분명히 존재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VAMPS의 등장은 매우 의미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분명 그 둘은 '락의 부흥'따위는 생각지도 않고 결정된 일이었겠지만, 이 밴드는 그러한 사람들에게 향수와 신선한 자극을 주기에 충분한 밴드이다. 무엇이 정통이라고는 감히 말할 수 없지만, 이들은 일본 특유의 '사소설적인 락'과는 정반대의, '이야기하는(語る)' 락이 아니라 그보다 좀 더 본능에 가깝고 좀 더 동물적이고 원초적인 그 어떤 감각에 가까운 '몸으로 느끼는' 로큰롤의 천진함과 온몸의 말초신경을 일깨우는 극도의 충동을 아깜없이 폭발시킨다. 시대의 흐름따위는 처음부터 안중에도 없었던 것처럼, 혹은 그 위에 타협하는 것은 아예 불가능한 것처럼. 그래서 나는 이들에게 J-ROCK이라는 명칭따위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유(類)와 경계의 틀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달리는 로큰롤 엔터테인먼트의 결정체에게.
개인적으론 REDRUM이 제일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