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델은 무엇을 해야하는가?
한 모델이 있다. 키도 크고 얼굴도 작고 몸매도 좋으며 사진을 찍을 때 표정도 죽여준다. 그래서 그녀를 두 브랜드가 메인 모델로 쓰고 있다. 첫 번째 브랜드는 그녀를 발굴해낸 브랜드 이지만, 초창기 모델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히고 프로모션에 나섰다가 실패를 경험하였다. 그 후 그녀와 디자이너가 협력하여 옷을 디자인하기 시작하였고, 처음으로 합작한 첫 번째 작품은 꽤나 성공적이었으나, 두 번째 작품은 모델과 디자이너가 너무 과욕을 부린 나머지 절반의 성공만을 거두고 말았다.
그리고 다른 두 번째 브랜드는 그녀를 모델로 선발한 뒤 처음부터 모델에 딱 어울리는 옷과 프로모션을 선사하며, 모델의 가치를 더욱 높여주었다. 이미 시장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브랜드였던 두 번째 브랜드는 어떤 식으로 모델을 활용해야하며, 어떤 식으로 전략을 짜서 상품의 가치를 높여야 하는지 잘 알았던 것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 이 두 번째 브랜드와 모델과의 궁합이 삐걱거리고 있다. 뭔가 모델과 브랜드 사이의 아귀가 안 맞아 떨어지고 옷의 판매량이 급감하고 있다. 그렇다. 이 이야기는 바로 보아의 이야기이다.
지금 보아는 한국에서나 일본에서나 음악적 성취도나 대중적인 인기면 에서, 큰 위기를 맞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 한국에서는 자신의 의견이 본격적으로 앨범에 투영되기 시작한 “MY NAME"에서 음악적으로나 대중적으로나 큰 성공을 거두었으나, 이듬해 발매된 ”GIRLS ON TOP" 은 기획사와 가수가 너무 의욕이 충만한 나머지 타이틀 곡의 전체적인 가사의 방향성을 잘못 짚음으로서 (곡도 썩 좋았다고 할 순 없었다.) 절반의 성공으로 기록되고 말았으며, 일본에서는 “Double" 이 후로 보아가 줄곧 유지해오던 음악노선이 흔들리기 시작하면서 최신 싱글 ”Sweet impact"까지 일관성 없는 음악적 흐름과 들쭉날쭉한 완성도를 보여주며 객관적인 수치인 판매량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솔직히 말하면 최근 발매한 "Sweet Impact"는 철저하게 노린 싱글 이었다. 보아가 일본에서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을 때 함께한 카즈히로 하라가 작곡한 이 곡은 곡 전체를 지배하고 있는 강렬한 사운드에 한번 들으면 귀에 쏙 들어오는 사비 그리고 파워 풀한 댄스 퍼포먼스까지 정말 딱 보아가 일본에서 한창 대세였던 시절의 그 음악과 상당한 유사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프로모션에서 보여준 마이클 잭슨 코스프레가 다른 점이라면 다른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싱글은 일본 대중의 반응을 얻는데 에는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 듯 하다. 일단 오리콘 주간 판매량이 전작에 비해 절반가까이 떨어져나갔다는 것은 역시 불황인 일본의 CD시장을 염두해 둔다고 해도 꽤나 충격적인 결과이기 때문이다. 물론 보아의 전작 싱글 대부분이 그랬듯 렌탈시장 이나 착신음, 다운로드 시장에서 선전할 수도 있겠지만, 역시 계속 그래왔듯 직접적인 CD 판매량과 이어지지 못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번 싱글은 성공한 싱글 이라고 말하기는 힘들 게 되었다.
대중적인 인기만이 모든 것의 척도는 아니다. 이번 싱글이 대중을 좀 배려하지 않은 보아 자신의 음악적 세계를 새롭게 구축해 나가는 곡이였다면, 판매량 감소 정도는 오히려 보아라는 가수의 캐릭터 재구축에 발판이 되어 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 싱글은 앞서 말했듯이 보아의 전성기 시절의 느낌을 풍기면서 그 시절로 회귀하는 스타일로 만들어졌다. 즉 발전이라는 것이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전 싱글 들이 들려주었던 음악들이 어정쩡하고 혼란스러웠던 상황에서 다시 예전음악으로의 회귀를 선언했으니, 결과가 안 좋은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었다.
이제 일본에서의 보아는 무엇을 해야 할까? 답은 간단하다. 자신만의 길을 찾아야한다. 전작 싱글 에서 보여주었던 다양한 음악을 시도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음악을 시도하는 것이 자신만의 음악적 방향을 찾아 가는데 크게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다양한 음악도 보아라는 큰 음악적 브랜드 안에서 시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무작정 이것 저것 소속사가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이 아닌 보아 자신이 음악의 키를 쥔 상태에서 다양한 음악적 시도가 실행되는 것이 바람직 할 것이다. 물론 한국에서의 경우처럼 실패할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실패가 두려워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면 일본에서의 보아는 그저그런 노래하는 인형으로만 남고 말 것이다.
이제 보아는 한국에서는 앨범 컨셉이 정해지면 가서 녹음만 해버리는 틀을 깨버리고 자신의 앨범에서 큰 목소리를 낼 정도로 성장했다. 이제 일본에서도 더 이상 회사가 제시해주는 경로로만 따라가는 그런 인형이 아니라 자신이 직접 음악의 주도권을 쥐고 보아라는 음악의 새로운 음악 브랜드를 만들어 나가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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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아의 일본활동을 보면서 생각해 왔던 점을 적어보았습니다.
부족한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메리크리나 윈럽 보면 그것도 괜찮아보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