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PEVINE] Chronology -A young person's guide to Grapevine- (1부)

by 도모토3세 posted Sep 25,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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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ronology -A young person's guide to Grapevine-
아티스트 : GRAPEVINE
장르 : UK록의 DNA를 이어받은 Japanese Pop
발매일 : 2004. 3. 17


현재 일본에서 가장 뛰어난 밴드를 꼽으라면 쉽게 대답을 꺼내기가 힘들게 되지만, 현재 일본에서 가장 '자의식이 뚜렷한' 밴드를 말하라면
전 주저없이 그레이프바인을 꼽고 싶습니다. 장르에도 우스갯소리로 썼지만, 그들은 UK록이 가진 음악적 요소들의 수혜를 받아 그걸 마음껏 배양하여 자신들만의 애수감 넘치는 사운드와, 날카롭고 예리한 가사를 통해 듣는 이로 하여금 마음을 움직이게 만드는 힘을 갖고 있습니다. 이 앨범은 1993년에 결성하고 97년 메이저로 데뷔하여 근 15년 동안이나 일본 음악시장의 한구석에 꾸준한 고정팬들을 가지고 있는 그들이 그간의 성과물들을 집대성하여 낸 앨범입니다. 가볍게 보자면 베스트 앨범에 불과할지도 모르겠지만, 이들이 낸 베스트 앨범은 단순한 '히트곡 모음집'을 떠나서, 그들의 밴드 스토리에 대한 정리이자, 앞으로의 이상을 표명하는 선언문과도 같은 앨범입니다. 그래서 어찌보면 간단명료한 의미로 '연대기(Chronology)'라는 제목을 붙였는데, 부제로 붙은 'A young person's guide to Grapevine'가 어째 더 신경쓰입니다. 이건 자신들의 음악을 아직 접해보지 못한 신규 팬들에 대한 일종의 배려(혹은 조롱)과도 같은 부제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어린 사람들이 그들의 노래를 들으면 두말없이 반하게 될거라 생각합니다. 저도 그런 사람 중 하나였고;


일단 Grapevine의 음악에 생소하신 분들에 대해 설명을 드리자면, 멤버는 Vocal인 다나카 카즈마사(田中 和将), Guitar에 니시카와 히로요시(西川 弘剛), 드럼에 카메이 토오루(亀井 亨)의 3피스 밴드입니다. 멤버 구성을 보시면서 어라, 왜 베이스가 빠져있지? 라고 생각하신 분 없으신가요? 맞습니다. Bass인 니시하라 마코토(西原誠) 라는 멤버가 있었습니다. 니시하라는 원래 밴드의 리더였던 인물로, 기타인 니시카와와 함께 초기 결성 멤버였으나, 디스토니어라는 근육마비 증세로 인해 연주를 못하게 되어 2001년에 밴드를 탈퇴했다가, 2002년에 재입했으나, 밴드에 악영향을 주기 싫다는 이유로 다시 탈퇴를 하고 맙니다. 그런 이유로 현재는 3인 밴드의 구성을 취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제 앨범 설명을 하겠습니다. 우선, 특이하게도 이 앨범은 기존의 베스트앨범이 따르는 트랙 구성을 역행하는 구조를 띄고 있습니다.
가장 최근에 발매된 싱글인 'Breakthrough'를 1번 트랙으로 내세우고 있는데, 이건 처음 그레이프바인을 접하는 사람(A young person's) 에게는 굉장히 당혹스러운 점일 수도 있는데, 이에 대한 설명은 1번 트랙의 설명과 함께 하도록 하겠습니다.


1. Breakthrough(돌파하다, 브레이크하다) - ★★★★★

2004년 3월 3일에 발매된 베스트 앨범의 선행싱글(?)과 같은 곡으로, 통산 16장째의 싱글입니다. 이 곡은 GRAPEVINE에게 있어서 큰 의미를 가진 곡으로, 이제까지의 밴드 이야기에 일단락을 짓고, 앞으로의 이상을 내세우는 매니페스트 넘버라고 설명되어있습니다. 사운드 묘사는 이 시기의 가장 최신 앨범인 '이데아의 수조(イデアの水槽)'로 통하는 공격적인 그루브감이 느껴지는데, 이는 데뷔 초기의 펑크함을 자유자재로 사용하여, 현기증을 불러일으키는 듯한 사운드와는 다른, 완전히 색다른 사운드입니다. 그리고 멤버 3명외에 고정 서포트 멤버 2명(키보드의 타카노, 베이스의 金戸)에 의한 5인 편성 앙상블을 통해 그 충격감을 곡안에 잠재우고 있습니다. Rockin on bridge의 其田씨의 표현을 빌리자면 '미국 남부를 이륜차로 드라이브하는 블루스 록에서, 항공공학을 구사하는듯한 포뮬러로 사운드가 변모를 하고 있다'고 하는군요. 가사쪽에서는, 말의 "의미"를 중층적으로 이어, 풍자로 가득한 세계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초조함', '분노' 라는 감정을 명시해서 말하고 있지만, 결코 무엇에 초조하고, 무엇에 분노를 느끼고 있는지는 모릅니다. 혹은 그 '정체 모를 것'에 초조해하고 있는건지도 모르죠. 또, '이데아의 수조'랑 그들의 대표곡인 '슬로우(スロウ)'의 타이틀을 암시적으로 집어넣는 등(アイデアのスウィ-トソウルが - 이데아의 수조, 時間はスロウ - 슬로우) 다나카 자신이 그레이프바인이라는 밴드를 대상화하고 있는듯한 인상을 받게 해줍니다. 결론적으론, 자문자답이 순환하는 가사라고 말할 수 있겠죠. 그럼 제목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돌파한다는 의미... 길게 돌리지않고 말하자면, 이 곡은 단순한 락 찬가가 아닙니다. 왜냐하면 이 곡에는 록에 대한 환상과 일상의 상극, 생과 사의 대항, 그런 갈등에 자각적이기 때문이죠. 이 곡을 들으면 그들은 갈등도 이상도 전부 짊어지고 계속 넘어지려 하는것처럼 느껴져요. 무거운 기타코드감이나 리듬, 피아노의 음색이 절박하여 우울하고 무겁죠. 하지만 이런 점이 그들이 록 뮤직을 향한 절실함을 나타내는 증거와도 같은 것입니다. 동시에 이 곡은 그레이프바인의 사상 첫 선전포고라고 부를 수 있을지도 모를 곡입니다. 그들은 연주의 충격도를 갈고 닦을 수도 있고, 팝송을 써서 차트 상위권을 노릴 수도 있는 밴드죠. 맘만 먹으면 충분히 더 많은 인기를 차지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런 록적인 파괴력과 멜로디 메이커로서의 천재성을 적절하게 맞추는 희귀한 밴드중의 하나인거죠. 하지만 그 역시 양날의 칼과 같아서, 그들의 포지션을 애매한 위치로 만들어오게 됐어요. 어지럽게 변화하는 시대를 두고 지지않는 대신에, Rock Scene의 동향에 좌우되지 않는 대신에, 자신들의 재능자체에 찢겨져온게 그들의 밴드 스토리였던거죠. 이 'Breakthrough'는 그런 자신들의 초조함과, 그래도 쌍방향으로 날개를 펼치는걸 다시 선언한 곡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작게 정리하는게 아니라, 부풀어 터질 것처럼 비약하려 하는, 그 무모함이 아프고 아름답죠. 애매함에서, 진짜로 단정적인 전능감을 획득하기 위한 한걸음이 이 곡입니다.


2. ぼくらなら(우리들이라면) - ★★★★(처음 들으시는 분들께 추천)

2003년 10월에 발매된 싱글곡으로, '이데아의 수조' 앨범 선행 싱글입니다. 이 곡은 굉장히 멜로디어스한 팝에 가까운 곡으로, 차가운듯 무심해보이는 기타리프와 함께 다나카의 읊조림이 인상적인 곡입니다. 다나카의 가사쪽으로는 사랑이야기로 해석할 수 있는데. 비교적 그가 썼던 곡들의 가사들에 비하면 상당히 이해가 쉬운 곡입니다. 가사의 첫 마디인 '텅빈 마음이라면, 그저 의미없는 육체라면, 바보같은 우리들이라면 어디에든 갈 수 있겠지', 그리고 사비부분의 '결코 이 길을 걷는 방법을 모르는게 아니야, 웃옷이 필요한 것도. 그저 이 겨울을 나는 방법을 두사람만이 보이지 않는거라면 이 손을 잡고 가자', '결코 이 길을 걷는 방법을 알고싶은 게 아냐, 유행을 쫓는 법도, 아직 이 겨울을 보내는 걸 우리 둘만 모르고 있는거라면 적어도 떨어지지 않도록' 이라는 구절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길을 걷는 방법이나 웃옷이 필요한거나 겨울을 지내는 방법을 다 알고있으면 우리가 함께 있을 이유같은건 애초에 필요없지 않느냐? 라는 질문을 내던지고 있는 것이죠. 이건 즉,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만나는데 있어서 '불완전함'이란 요소가 존재해야만이 진정한 사랑으로 한발짝 나아갈 수 있다는 암시를 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으로써 다나카는 말합니다. '텅빈 마음이라면, 그저 의미없는 육체라면, 바보같은 우리들이라면 어디에든 갈 수 있겠지' 라고 말이죠. 사랑을 하는데 있어서 세속적인 조건(정신적, 육체적)을 버리고 조금 바보같더라도 둘이 하나가 될 수 있는 길을 선택하라 라고 말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개인적인 견해지만요^^; 그렇지만 이 곡엔 후회의 정서도 담겨져 있습니다. '잘난체나 희미한 기대, 때로 눈물, 하얀 한숨은 담배연기인가 하고 익살을 부려봤어', '바람의 소리랑 냄새, 어차피 잊어버릴걸. 반지의 흔적을 보며 손가락을 꼽아 세었어'라는 구조를 통해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결과로 빠져 버렸음을 나타내고 있죠. 그런 경험에 의한 후회를 통해 다시 반복해서 고쳐가며 살아간다.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만든 곡이 아닌가 싶네요.


3. 会いにいく(만나러 가다) - ★★★★(처음 들으시는 분들께 매우 추천)

2003년 9월에 발매된 싱글곡으로, 2번 트랙과 비슷하게 멜로디가 강한 팝계열 곡입니다. 2번 트랙보다 더욱 멜로디성이 짙고 드라마틱한 요소가 들어가있는 곡입니다. 이 곡은 PV로 상당히 유명한 곡인데, 쇼트 무비의 형식을 취한 뮤직비디오로, 멤버의 연주부분이 들어가있는 버전과 안들어가 있는 버전으로 두개가 존재하는데, PV를 들으며 노래를 들으면 곡에 대한 이해가 더 빨리 해서 좋긴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PV가 다소 신파극스러운 분위기가 느껴져서 그렇게 추천해드리고 싶진 않네요. 가사는 변하지 않는 일상 속에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지만, 만나고 싶은 사람에 대한 생각은 커져가는데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것(혹은 이런 심리상태)에 대한 자조섞인 충고를 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지만, 다소 애매한 부분도 없지 않아 느껴지는 터라 쉽사리 설명하기 힘든 곡입니다. 멜로디부분에 있어서는 앨범에서 가장 강한 곡으로 그레이프바인을 처음 접하기에는 이 곡이 딱이라 생각합니다.

4. Blue Back - ★★★

2002년 10월에 발매된 싱글곡으로 다나카 작사, 니시하라 마코토 작곡으로 이루어진 곡입니다. 펑크 요소가 강한 사운드로 3번까지 무난하게 들어오신 분들이라면 이 곡에서 다소 당황하게 되실 분들이 상당히 많을거라 예상합니다. 이 곡은 2, 3번 트랙처럼 멜로디에 치중하기 보다는 록적인 파괴력에 비중을 두고 그와 더불어 난해한 가사를 넣어 공격적인 분위기가 느껴지는 곡입니다. 곡 전반적으로 풍자적인 냄새가 좀 강한데, 미국우월주의라던지, 유년기의 비행, 아첨하며 사는 살아가는 현대인등 여러 세대를 다소 비꼬는 느낌이 강합니다. 그럼으로써 진지함을 다소 배제하여 곡의 분위기와도 상당히 맞아떨어지게 되는 역할도 수행하고 있죠. 굳이 어렵게 해석할 필요없이 그냥 느끼면 되는 종류의 곡입니다.


5. ナツノヒカリ(여름의 빛) - ★★★★★

2002년 6월에 발매된 그레이프바인의 섬머송!! ...이라고는 하지만 이 곡은 상당히 무겁습니다. 여름하면 다들 햇빛이 쨍쨍뜨는 무더운 여름을 상상하고 계시겠지만, 이 곡에서 표현하는 여름의 분위기는 무게가 많이 느껴집니다. 일단 곡 자체는 기타 스트로크 연주에 의한 리프가 멜로딕하면서 밝은 느낌을 유지해가지만, 사비에서 폭파되는 충격감은 그 무게감을 여실히 드러냅니다. 가사를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죠. 가사는 남자(아마도 가사를 쓴 다나카 자신)가 어느 여름에 좋아하는 여자아이에게 표현하지 못한 것들에 대한 후회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 속에는 불확실함이나 아련함(다르게 생각하면 모호함)이 내재되어 있기도 해서 다소 흐릿흐릿한 이미지를 느끼게 해줍니다. 제가 생각했을때 이 곡은 대단히 잘 만든 곡입니다. 제 생각이 맞다면, 다나카는 여름빛이 가진 뜨겁고 밝지만 흐릿하기도 하고 어딘가 불확실한 느낌이 드는 빛. 그 이미지를 음악과 시를 통해 제대로 이루어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 곡이 여타 여름 노래들과 확연히 다를 수 있는 이유기도 하죠.


6. 風待ち(바람을 기다리며) - ★★★★

2001년 7월에 발매된 곡으로, 역시 여름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발라드 곡입니다. 라고 말하면 너무 식상하겠죠? 인트로만 들을땐 상당히 노리고 만든 발라드 곡이라고 생각될 수 있지만, 그건 판단착오입니다. 이 곡은 러브송의 형태를 빌려서 자기자신을 동찰하고 있는 노래입니다. 간단한 예로 '그대를 좋아한다' 같은 대사는 어디에도 나오지 않죠. 확신을 가질 수는 없지만,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가정하고 얘기를 하죠. 상대에게 건낸 편지의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여기에 이어져 있는건, 상대에 대한 마음이 아니라, 자기자신의 심리 분석이라 하는 쪽이 더 좋습니다. 사람은 왜, 사람을 좋아하게 되는걸까? 그런 거창한 명제를 걸어도 어쩔 수 없지만, 이 곡에는 '사람을 사랑하게 될 때의 심리'가 능숙하게 그려져 있는 느낌이 들어요. 어쩌면, 이 편지의 받는 이는 옛 여자친구일지도 모르죠. 꿈을 공유하고 있던 시절의 '전우'같은 여자친구. 그런 상대에게라면, 조금 약한 소리를 뱉어도 되니까요. 하지만, 이 노래의 주인공이 다나카 자신이라 친다면, 그는 왜, 그리고 무엇에 대해 계속 발버둥치고, 그리고 스태미너 고갈을 일으키고 있는걸까요? 이 곡이 노린게 아니라는 이유는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그는 자신이 서있는 위치를 재확인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이 올바르게 있다는 확신을 쓰려 하고 있는거죠. 그 결의표명으로서, 러브송의 형태를 빌려, 자기자신을 동찰해 본거라고 봐요. 이 곡이 후반부에 다이나믹하게 전개해 갈 즈음에서부터도, 그건 수긍할 수 있죠. 이 곡은 그런 그레이프바인이 기다리고 있는 어떤 '바람'에 대한 노래입니다. 우리들도 일으킬 수 있을지도 모를 그런 '바람'말이죠.


7. Discord(불협화음, 불일치) - ★★★★

이 곡은 2001년 6월에 발매된 싱글곡입니다. 이 곡을 설명할때는 곡에 대한 것보다는 아무래도 그레이프바인 자체에 대한 설명이 좀 필요할 것 같아요. 그레이프바인이라는 밴드의 이미지는 그들을 알고있는 대부분의 팬들이 보자면(인터뷰나 사진들을 통해서) 상당히 과묵해 보이는 타입이라고 생각되겠죠. 하지만 그들의 노래는 가면 갈수록 요설스러워져 가죠. discord는, 아주 멋지게 요설스러운 곡입니다. 우리들은, 자신도 깨닫지 못하는 동안에, 한순간 한순간에, 자신의 안에 있는 또 하나의 자신에게 말을 걸고 있죠. '나는 어디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거지'라고. 그 과정을 구현화해 보여주는게, 다나카가 쓰는 가사의 특징이라고 해도 좋아요. 수많은 사람의 경우, 그 과정은 한순간일 수도 있고, 다음 순간에는 이미 잊어버렸을 수도 있는 거지만, 그의 경우엔 멤버가 가져온 데모테잎을 듣거나, 스튜디오에서 세션하고 있을때, 자문자답의 과정이 플래쉬백해 와서, 리얼하게 가사에 재현되는거겠죠. 데모테잎 소리가 한번 분해되어, 카메이의 손으로 리듬이 재구축되고, 니시카와와 다나카의 기타가 더해져 그 사운드의 힘으로, 원래 있던 멜로디로 플래쉬백하도록 가사를 태워가죠. 그런 사상을 둘러싸보면, 가사를 쓰고 노래하는 다나카 뿐만이 아니라, 그의 기억에 호소하는 소리를 만들어 내는 멤버들도, 충분히 요설스러워요. 그치만 그들은 아마도 자신들이 멋지다고 생각하는 소리를 찾고 있을 뿐이지, 그런 거창한 건 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도 있는 거에요. 어찌보면 그들이 과묵하다고 말하게 되는 이유겠죠. 작품 그 자체가(자신들의 이상을 추구한 결과로서) 요설스러운 것이기에, 그 작품에 대해서 들어도, 이제와서 말로서 해설하는 건 말하기 조차 귀찮은거에요. discord 는 그런 곡입니다^^


8. Our song - ★★★★★

2001년 1월에 발매된 싱글곡입니다.  이 곡은 그레이프바인이 변혁기를 맞이해가고 있을때 나온 곡으로, 그들의 예전 발라드는, 예를 들자면, 커다란 강의 흐름이었어요. 느린 속도로 흐르면서, 그 바닥에 있는 진흙도 보일 정도의. 결국 어딘가 헤비하고, 혼돈스러워 있었죠. 불협화음같은 기타 코드감, 숨쉴 틈도 없이 성급한 사비, 깊이있는 가사, 모든게 손가락으로 뒤섞여 탁류로 변해가는 듯한 인상을 줬죠. 뒤에 다룰 명곡 '슬로우'등이 그 대표에요. 하지만, 이번에는 틀려요. 인트로이 기타가 울린 순간부터, 바람처럼 멜로디와 그루브가 흘러가죠(물론 드라마틱한 사비에 걸쳐서, 풍속도 위력도 한번에 늘어나지만). 어딘가 담담하면서도, 기억속으로 깊이 들어오는, 어느 의미로는 너무나 마법에 걸린 악곡인거죠. 무릇 그들의 변혁이란건, 1st 앨범 '지루한 꽃'에서 확립한 '중압적이고, 안타깝다'는 세계관에서 완전히 멀어져, 새로운 사운드 스토리를 말하기 시작한 거에요. 재밌는건, 그 변화가 결코 성숙하다거나 노쇄하지 않다는거죠. 그레이프바인은 이 곡을 통해, 음악을 자신의 생활로 끌어당기는 데 성공했고, 명료한 말로 러브송을 부르는 놀라운 성과를 이뤘습니다. 연인에게 이야기하듯이 솔직한 말들이 넘쳐, 그렇기에 멜로디도 자연스럽게, 솔직하게 흘러가는거겠죠. 다나카의 멜로디 메이커로서의 재능, 시인으로서의 혼이 담긴 한곡입니다.
'자신이 살아온 길'을 불어넣으면 여러가지 음악이 리얼하게 울린다는걸 과묵하게 증명하고 있는거에요. 이 아름다운 발라드 곡의 매력은, 그 확신에 있는거죠. 그런면에서 이 곡은 걸작입니다.



※ 리뷰라고는 하지만 공식 홈페이지에 게재된 리뷰를 거의 다썼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네요. 바인 팬분들이 보면 코웃음치실듯 ㅠㅠ
    너무 내용이 방대해서 나머지 곡들은 2부에 따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아마 그때는 좀 날림으로 쓰게 될 것 같네요;;
    좀 어려운 말들이 많지만, 아무쪼록 이해해주시며 읽어주심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