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들어가기 전에>
이전 HYDE의 FAITH 앨범에 대한 리뷰에 대한 (제 나름의) 많은 성원에 힘입어, 이번엔 라르크의 앨범 리뷰를 써 볼까 합니다.
여러 번 다른 아티스트의 리뷰를 써 보고자 했지만, 역시 이 사람들 음악이야말로 내가 진정 리뷰를 할 수 있겠다...싶은 마음도 있고, 역시 어떤 아티스트든 쉽게 리뷰라는게 쓰여지지는 않더라구요. 그나마 제가 가장 제 나름대로 이해한다고 생각하고, 깊게 깊게 듣고 있다고 생각하는 아티스트가 바로 라르크 앙 시엘(+멤버 솔로 포함^^;) 이라 생각되어서 이렇게 두 번째 리뷰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역시 이번에도 편의상 반말이 될 것 같은데..^^;; 그 점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AWAKE'는 2005년 6월 22일에 발매되었던 라르크 앙 시엘의 통산 10번째 정규 앨범(인디앨범 DUNE포함)이며, '自由への招待', 'Killing Me', 'New World', '叙情詩’의 네 히트 싱글과 신곡 8곡이 수록된 알찬 구성의 앨범이다. 이 앨범은 숫자적으로나 무엇으로나 상당히 의미가 깊다. '10'이라는 정규 앨범 숫자를 세우기까지의 이 밴드의 수많은 궤적들을 생각하면, 이 앨범은 그냥 단순한 앨범 한 장이라고 여겨지기에는 너무나도 아까운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전의 HYDE의 3번째 솔로 앨범인 FAITH의 리뷰글에서도 썼듯이, hyde 본인이 작사하는 가사와 그에 따른 전체적 앨범 컨셉의 변화는 바로 이 앨범에서부터 시작한다. 단정지어 말하면 인간의 사적인 문제에서 공적인 문제로 그 시선이 옮겨갔다고 할 수 있는데, 자신의 감정 혹은 보통의 언어적 표현의 한계를 뛰어넘어 초현실적이고 몽환적인 세계, 혹은 반대로 직설적이고 정곡을 찌르는 듯한 표현- 이 양 극단에 서서 자유자재로 그의 시(詩)세계를 조율했던 hyde는, 이 앨범에서는 그 양 극단의 좁은 경계선에서 좀 더 넓은 '광장'으로 나아간다.
라르크 앙 시엘의 밴드적인 면모에 있어서 가장 '플러스 점수'를 받는 부분은 바로 전 멤버의 고른 참여라는 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보컬리스트(hyde), 베이시스트(tetsu), 기타리스트(ken), 드러머(yukihiro) 4인이 모두 저마다의 특색을 띄는 명곡들을 무한히 양산해낸다. 각자의 특색이 굉장히 살아있지만 그것이 합쳐져 라르크 앙 시엘이라는 밴드가 그것을 노래하기에는 또 전혀 거부감이나 어색함이 없다. 오히려 개인이 작곡한 노래의 색깔이 밴드가 노래함으로써 그 명도와 채도가 더 확실해지는 느낌이다. 라르크의 최대 강점은 바로 그러한 점이다. 멤버 모두가 그들이 하고 싶은 곡을 짓고(작곡) 그것을 밴드의 색으로 아주 적절히 조율해낸다. 따라서 어떤 장르, 어떤 색깔의 곡이든 '라르크의 색'이 되게끔 하게 하는 것이다.
고로, 작사를 하는 것은 hyde뿐만이 아니다. 물론 라르크의 곡 90%이상을 hyde가 작사했지만 그 10%미만에 해당하는 타 멤버들의 가사는 횟수가 적은데 반하여 상당히 농도가 짙다. (ex-bravery, Lover Boy, trick 등) 라르크의 이러한 '라르크적 밸런스'는 이러한 바탕에서 나온다. 그리고 이 앨범에서도 그것은 유감없이 발휘되어있다.
3년여년간의 공백을 깨고 '컴백'한 라르크의 2004년 3월 발매되었던 9번째 앨범 SMILE이 (지극히 객관적인 입장에서;) 팬들의 기대나 일반 언론의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을 들어, 이 앨범에 더욱 기대를 하게 되거나 혹은 반대로 기대를 덜 하게 되거나 하는 식으로 반반씩 호오가 갈리었던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이 앨범은 여태껏 라르크가 취하지 않았던 컨셉과 메세지를 담고 있다. 바로 '반전'이라는 메세지인데, 이 메세지는 앨범 발매 이후 2005년 8월에 행해졌던 AWAKE TOUR에서 전면에 내세워졌으며 각종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앨범 수록곡의 거의 전부를 작사한 hyde 본인도 '나는 자신의 음악으로 세상을 바꾼다던가, 그렇게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이 앨범을 듣고서 깨달아줬으면(=AWAKE)하는 바람이다' 라고 말했다.
자신의 바람대로 곡을 쓰고, 노래를 했다는 사실이 나에게는 메시지가 어떻고 컨셉이 어떻고를 떠나서 상당히 기쁘게 다가왔으며, 그것에 대한 매스컴이나 일반인들의 반응이 어떻다를 떠나 변함없이 라르크만의 또 다른 10번째 색으로 작품을 하나 이뤄냈다는 사실이, 그 무엇보다도 의미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1. New World words/yukihiro music/hyde&yukihiro
2005년 4월 6일에 발매됐던 싱글로, 드러머 yukihiro와 보컬리스트 hyde의 합작이라고 해도 좋을 라르크 사상 가장 특이한 형태의 곡이다. (게다가 yukihiro가 작사/작곡한 곡이 싱글이 되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후렴구는 hyde가 만들었다고 한다. 첫 번째 트랙부터 제대로 치고 들어가는 이 곡은, 맨 처음에 들으면 강한 후렴구나 전주의 기타가 인상 깊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앞부분의 멜로디와 리드미컬한 엇박이 더 귀에 착착 감긴다.
실제로 불러보면; 상당한 고음임을 알 수 있는 후렴구의 hyde의 쏘는 듯한 강력한 보컬은 앞부분에서부터 이어지는 질주감을 절정으로 이끈다. 니혼테레비계 프로야구중계 'THE LIVE 2005'의 이미지송이기도 했던 이 곡은, 정열적인 포지티브를 그린 가사와 그 멜로디가 굉장한 조화를 이룬 속도감의 넘버다.
2. LOST HEAVEN words/hyde music/ken
개인적으로는 후렴구가 상당히 멋지다고 생각하는 곡이다. 시크하게 울리는 기타로 시작되는 전주와 A멜로디에서는 좀체 상상하기 힘든 후렴구 그리고 최후반부의 'I wish you good luck~'의 부분 멜로디 전개가 '의외다'하고 생각하게끔 만드는, 은근한 독특함의 전개를 보이는 곡이다. 극장판 애니메이션 '강철의 연금술사~샴발라를 여행하는 자~' 의 엔딩테마이기도 한 이 곡은 싱글 타이틀로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멋진 멜로디를 자랑한다. 날카로운 고음 코러스와 터프한 hyde의 보컬이 빛이 나는 곡.
3. 叙情詩(서정시) words/hyde music/ken
개인적으로 이 앨범에 수록된 4개의 싱글들 중 가장 아끼고 좋아했던 곡이다. 이 곡은 선행싱글이었던 탓인지 싱글 자체의 판매량은 다른 싱글에 비해 높지 않았지만, 대체적으로 평판이 매우 좋았던 싱글이다. 속삭이는 듯, 녹이는 듯하면서도 장중한 오케스트라와 멋진 조화를 이루는 중후한 보컬은 순수한 사랑을 노래하는 가사만큼이나 달콤하다. 또한 LOST HEAVEN이나 EXISTENCE의 동일 작곡가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안타깝고도 애절하면서도 특유의 고져스하며 깊고 세련된 멜로디를 만들어낸 기타리스트 ken의 멋진 센스가 유감없이 발휘된 명곡이다. 여담으로, ken은 'hyde의 이런 목소리를 듣고 싶다'고 생각해서 지은 곡이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정말로 최상급의 조화가 아닌가 싶다. 라이브에서만 들을 수 있는 소름 돋는 보이스와 hyde의 최후반부 애드립도 묘미.
4. TRUST words/hyde music/tetsu
보통 tetsu하면 Driver's High나 snow drop처럼 발랄한 곡을 연상하기 쉽지만, finale같이 깊고 어두운 곡을 쓴 것도 tetsu다. 이 곡은 finale만큼 어둡지는 않지만, 그런 곡의 연장선상에 놓여있다. 전주의 기타 리프는 베이시스트인 tetsu가 직접 연주했다. 그 기타리프와 어우러지는 중후한 울림으로 시작되는 안타까운 이세계적 멜로디가 굉장히 인상적이다. 또한 평온한 세계를 바라는 마음을 그린 감각적인 가사가 역시 멜로디와 아주 잘 녹아드는 곡. 처음 들었을 때의 호감도는 그리 높지 않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매력이 느껴지는 넘버다.
5. Killing Me words&music/hyde
2005년 1월 13일 발매된 이 싱글은 1번트랙의 New World만큼이나 상당한 속도감이 느껴지는 곡으로, 전주의 사정없이 두드려대는 드럼에서부터 그것이 잘 느껴지는 곡이다. 실제로 앨범에 수록된 4개의 싱글 중 가장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는데, HONEY나 HEAVEN'S DRIVE(두 싱글 모두 hyde가 작곡하여 밀리언을 기록했다)와 같이 'hyde다운' 강렬함이 전면에 드러나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개인적으로는 이 앨범 안에서 5번째 트랙에 자리했을 때 더 귀에 잘 감기는 느낌이 든다. 독특한 구성의 PV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6. AS ONE words&music/hyde
5번트랙과는 또 다른 맛의 헤비한 사운드와 그 위의 세련된 후렴구 선율이 일품인 이 곡의 진가는 라이브에서 드러난다. TV라이브보다 AWAKE TOUR나 ASIALIVE와 같은 투어에서의 라이브는 한층 더 강력해진 연주와 더욱더 터프해진 보컬, 그리고 라이브에서만 들을 수 있는 hyde의 샤우팅이 빛을 발해 라이브의 흥분제로서 손색이 없는 곡. 물론 원곡 자체가 뛰어난 베이스가 되지만 말이다. 가사는 반전 노선.
7. My Dear words&music/hyde
5, 6번 트랙과는 정반대의 분위기인 발라드 넘버지만, 그렇다고 해서 3번트랙과는 또 비교할 수 없는 색다른 넘버다. 신비한 느낌의 신디 사이저와 속삭이는 듯한 보컬로 시작되는 이 곡은 ken이 일렉트릭 기타 대신 직접 멋진 코러스를 넣음으로써 hyde의 보이스를 잘 서포트하는 동시에 곡의 신비함을 극대화시켰다.
원래는 hyde가 자신의 솔로용으로 만들었던 곡이지만(ROENTGEN 2와 같이 ROENTGEN의 분위기가 나는 앨범을 또 제작하려고 생각했을 당시-그러나 ROENTGEN 2의 제작은 포기하고 666과 FAITH를 만들었다) 이를 라르크식으로 풀어냈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聞いて世界中が過ちに穢れていても君へつないだ手はいつまでも離さないから(들어줘 온 세상이 과오로 더럽혀져있어도 네게 닿은 손은 언제까지나 놓지 않을테니까)" -에서 느낄 수 있는 간접적 반전 노선과 애절한 사랑의 가사도 멜로디에 잘 녹아든다.
8. EXISTENCE words/hyde music/ken
전주의 강렬한 기타리프가 굉장한 질주감을 예고하는 곡이다. 그것은 후렴구에서 틀림없이 나타나는데, 곡에 대한 첫 인상은, 곡 전개 자체는 괜찮았지만 곡의 스타일에서 상당히 이질감을 느낀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그렇게 느끼는 나의 귀와는 다르게 한치도 어색함 없이 쏟아내는 강력한 포스의 사운드와 터프하면서도 은근하게 요염한 보컬이 어느새 귀를 매료시키는 느낌. 이 앨범에서만 해도 LOST HEAVEN이나 叙情詩처럼, 과연 동일 작곡가인지 의심하게 될 정도로 예측불허의 명곡을 작곡한 ken의 또 다른 예측불허판 명곡.
9. 自由への招待(자유로의 초대) words/hyde music/tetsu
지난 2004년 발매됐던 READT STEDT GO, 瞳の住人, 그리고 이 自由への招待까지 세 개의 싱글을 연달아 작곡한 tetsu 특유의 발랄한 넘버. 시원스럽게 뻗어나가는 전주의 기타 사운드와 A멜로디의 구르는 듯한 강한 드럼 사운드가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다. 여태까지의 가사방식에서는 없었던 각운이 착착 지켜지는 가사는 곡의 분위기를 제대로 살려준다. "中指は早く(가운데손가락은 빠르게)"와 같은 재미있는 메타포가 일품.
10. Ophelia words&music/hyde
이 곡 역시 7번트랙과 비슷한 맥락 위에 앨범에 포함된 곡이다. 얼핏 들어도 hyde의 첫 번째 솔로앨범인 ROENTGEN의 WHITE SONG이나 SECRET LETTERS와 비슷한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그런지 앨범 곡들 중에서는 가장 적응하기 힘들거나 호응도가 낮았던 곡. 필자도 이 의외성에 처음엔 상당히 놀랐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은근한 중독성마저 있었다. 일렉트릭 기타 대신 어쿠스틱 기타 사운드와 피아노의 리드미컬한 반주, 그리고 hyde 특유의 투명하면서도 섹시한 보컬과 색소폰이 멋지게 어우러지는 색다른 넘버.
11. 星空(호시조라) words&music/hyde
전주의 묘하게 액시드한 느낌에 안타까움이 느껴지는 기타사운드로 시작하는 이 곡은 후렴구 그리고 최후반부의 웅장한 오케스트라와 절규하는 듯한 hyde의 보컬이 가사를 의식하지 않아도 절로 어떤 슬픔이나 애절함이 느껴지게끔 한다. 실제로도 앨범 컨셉인 반전노선을 가사 전면에 드러냈다. AWAKE TOUR 당시 이 곡을 노래하기 전에 hyde가 항상 MC로 평화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노래한다고 말했다. DVD에서는 그의 눈물까지 감상할 수 있는 곡. 별다른 설명 없이도 들으면 절로 전율을 느끼게 되는 넘버.
작곡자 hyde는 라르크의 왕도 같은 곡이라고 말했는데 개인적으로는 왕도라기보다 잔잔한 슬픔과 안타까움 등 조용한 마이너스적 감성이 느껴지는 あなた(아나타)나 Dearest Love 혹은 the silver shining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가사적 차원에서도 왕도 스타일이라고 하기엔 어려울 듯. 한 마디로 절대로 평범한 곡이 아니라는 말이다.
12. twinkle, twinkle words&music/ken
이 곡이 왜 마지막이냐, 하고 의문을 갖는 사람들을 개인적으로는 많이 보았다. 그러나 트랙 배열상에 있어서 멜로디면에서나 가사면에서나 아주 적절한 위치에 있다고 생각한다. 똑같이 발랄해도 멜로디스트 ken 특유의 발랄함이 느껴지는 멜로디에, 11번 트랙과는 또 다른 맛으로 심금을 울리는 가사. "零れてゆく星の涙は消えてゆくけど ほらまた一つ生まれ来る(흘러내리는 별의 눈물은 사라져가지만 자 봐, 또 하나가 태어나잖아)"와 같이 작은 포지티브함을 앨범 말미에 남겨두어 묘한 여운을 자아낸다. 이 곡 역시 그렇게 호응도가 높지는 않은 편이지만, (매번 나오는 말이지만)들으면 들을수록, 음미하면 음미할수록 빠져들어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곡이다.
사실상 ‘반전’이라는 메시지는 전세계 유명인들이 자주 외쳤던 ‘구호’지만, 내가 아는 한 일본 음악계에서 그것을 앨범 전면에 내세웠던 아티스트는 없지 않았나 싶다. 이 반전 컨셉은 단순히 '컨셉'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hyde 자신도 투어 MC로 평화헌법을 지지한다는 식으로 말할 정도로, 겉멋내기식의 반전 지지가 결코 아닌 것이다. (평화헌법에 관해서는 또 복잡하니 궁금하신 분은 조사해보시길...아시면 수긍이 가실 겁니다....^^)그리고 그러한 바람과 생각을 기념할만한 10번째 앨범에 담아 이것을 듣는 이들에게 전했다.
혹자는 이러한 라르크의 변화(?)를 보기 안 좋아 하기도 하고, 싫어하기도 한다. 그러나 어디까지, 어떻게 변해도 라르크는 라르크, 그리고 그들이 해 나가고 있는 것 언제까지나 역시 '라르크 앙 시엘의 음악' 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