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ppears』는 1999년 11월 10일에 발매된 하마사키 아유미의 두 번째 오리지널 앨범으로, 발매 1주만에 밀리언을 돌파하고 1년 넘게 오리콘 챠트에 오르며 250만장이 넘는 판매고를 기록한 명반이다. 발매시기가 오래전이기도 하고 앨범에 수록된 대부분의 곡이 이전에 싱글컷되었기에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을터.
아유의 앨범은 각각 서로 다른 색을 띄고 있어서 어떤 앨범이 가장 좋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개인적으로『LOVEppears』를 좋아하는 이유는 가늘고 비음섞인 아유의 매력적인 보이스를 제대로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99년 처음 아유의 노래를 들었을 때는 그 비음을 차마 들을 수가 없어서 인상을 찌푸리곤 했는데, 어느새 그런 아유의 음색에 푹 빠져버린거다. 하마사키 아유미만의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창법과 세련된 멜로디, 그리고 그녀가 쓴 가사를 감상하다보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
01. Introduction
02. Fly high
03. Trauma
04. And Then
05. immature
06. Boys & Girls
07. TO BE
08. End roll
09. P.SⅡ
10. WHATEVER
11. Too late
12. appears
13. monochrome
14. Interlude
15. Love ~Refain~
16. Who...
-Hidden Track *kanariya*-
앨범은 온갖 전자음으로 뒤섞인「Introduction」으로 시작한다. 그 가운데 '모든 것이- 모든 것이- 모든 것이-‥'만을 반복하는 아유의 목소리가 의미심장하다.
인트로의 비명과 같은 아유의 보이스를 끝으로 이어지는「Fly high」는 경쾌한 비트에 전자음 섞인 아유의 보이스가 인상적인 곡. 하지만 가사는 현실적이고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한다. 타이틀이 너무나 잘 어울리는 노래. 2000년 아유믹스의 'HAL'S MIX' 버젼도 유명한데, 개인적으로는 'HAL'S MIX'를 듣고나서부터 비로소 아유의 노래를 제대로 들을 수 있게되었다. 실제 콘서트에서 부르기도 했을만큼 원곡에 비해 전혀 손색이 없는 버젼이다.
「Trauma」는 자신감 넘치는 얼굴로, 환하게 웃으며 이 노래를 부르는 아유를 보았기 때문일까, 기분이 울적할 때 듣고싶어지는 노래다. 빠른 비트에 긴장을 늦추치 않고 있으면 '행복의 기준은 언제나 자신의 잣대로 정해왔으니까-'라는 클라이막스의 가사가 귀에 꽂힘과 동시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로 시작하는「And Then」은 정말 몇 번이고 돌려 듣게 되는 곡. 이 노래는 싱글로 발매되지 않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호소하는 듯 하면서도 강렬한 보이스와 강한 비트가 너무나 잘 어울리는 곡이다. 어느 한 부분만 발췌해 낼 수도 없는 가사는 두말할 것도 없고, 빠른 비트의 흐름은 이 곡에서 절정을 이룬다는 생각이 든다. 싱글로 발매되어도 손색이 없을 노래.
'우리들은 분명 행복해지기 위해 태어났다고' '우리들은 언젠가 행복해지기 위해 살아가는 거라고' 라는 가사가 귓가에 맴도는 노래「immature」. 싱글버젼보다 무게감있는 반주가 호소하는 듯한 아유의 보이스를 항층 돋보이게 한다. 어쩐지 기분이 착 가라앉는 느낌.
아유의 인기곡 순위에서 항상 상위권을 차지하는「Boy & Girls」는 이런저런 설명이 필요없는 명곡. 깔끔하고 세련된 멜로디와 밝은 가사, 아유의 상큼한 보이스가 아무리 들어도 질리지 않는 노래다. 특히 봄과 여름에 잘 어울리는 노래. 한국 팬들이 가장 좋아하는 노래로 꼽혀 방한시 한국어로 번안해 부르기도 했다.
「TO BE」는 개인적으로 너무 좋아하는 노래. 이전까지의 긴장을 탁 풀어주는 노래라고 할까. 특히 전주부분의 어쿠스틱 기타에서 아유의 노래로 이어지는 부분이 가장 애절하게 느껴진다. 잔잔한 멜로디에 절제된, 그러나 순간 탁 트이는 보이스가 너무나 매력적이다. 싱글 발매 때는 내가 좋아해서 기대했던 것 만큼의 성과는 나오지 않아 조금 아쉽기도 했던 노래다.
「End roll」은 밀리언을 기록한 싱글 『A』의 수록곡이기도 하다.「Trauma」「monochrome」「too late」과 함께 수록되어, 밀리언을 기록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헤어진 연인을, 연인과의 추억을 그리워하는 슬프고 애절한 발라드. '사람은 슬픈 존재.. 사람은 슬픈 존재인거야? 사람은 기쁜 존재라고.. 그렇게라도 생각하고 있어도 괜찮은거겠지?' 라고 스스로를 향해 물으며 절정에 이른다.
고막이 찢어질 것 같은 비음섞인 고음이 가장 매력적인 노래가 바로「P.S.Ⅱ」가 아닐까 한다. 이어지는 세 곡의 발라드가 절정에 이르는 곡으로, '분명 여기에 피어있던 꽃이 지금은 없다 해도 그건 필연이지.. 언젠가 이 노래를 혼자서 듣는 날이 오더라도 잊지 말아줘..'를 부르는 아유의 흐느끼는 보이스가 머릿속을 울린다.「Powder Snow」의 두 번째라는 의미와 함께 'PostScript'의 의미도 자연스레 전해져 오는「P.S.Ⅱ」는 눈오는 추운 겨울, 하얗고 까맣기만 한 밤에 들을 때 감정이 최고조에 달한다.
「WHATEVER」의 오리지널 버젼부터 다양한 리믹스 버젼 중 나는 싱글 타이틀이었던 'Version M'을 가장 좋아한다. 앨범에 수록된 버젼은 'Dub’s 1999 Remix'로 'Version M'과 'Version J'의 중간쯤이라고 할까. 이전의 아유 스타일을 느낄 수 있는 'Version J'와 이후의 아유 스타일을 느낄 수 있는 'Version M'의 중간쯤. 가장 간단하게 표현하자면, 'Version J'의 보이스에 'Version M'의 비트를 입히고 편곡한 느낌.
「too late」는 가사처럼 뭔가를 원하는 듯, 강하면서도 호소하는 듯한 보이스와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 빠른 비트 그리고「WHATEVER」에 이어지는 온갖 전자음이 처음부터 끝까지 귀를 사로잡아 트랙순서가 절묘하다는 생각이 든다.
역시나 초기 아유 노래중에서 명곡으로 꼽히는「appears」는 어렵지 않은 멜로디가 결정적인 인기비결이 아닐까 한다. 물론 연애의 과정을 나타낸 가사도 한 몫 했을테지만. 연애중인 행복한 여인의 마음을 나타낸 가사를 볼 때면 많은 팬들이 아유와 나가세를 떠올리곤 하는데, 이 곡 역시 그렇다. 미래는 알 수 없지만 겉으로는 행복해 보이는 연인들과 어찌됐든 지금은 연애중인 마음을 잘 나타내고 있는 노래.
「monochrome」은 애절한 가사가 일품이다. '되고 싶었던건 공주님같은게 아니야.. 갖고 싶었던건 유리구두같은게 아니야.. 되고싶었던건, 그건 너와 함께 있는 나..'에 이어지는 후렴구와 'LaLaLaLaLa...'가 더욱 슬프다. 특히 꾸밈없이 절제된 아유의 창법이 노래와 절묘하게 어울린다. '나는 아주 강하니까..'라는 노래부분이 끝나자마자 의도적으로 잘라버린 멜로디가 오히려 여운을 남기는, 싱글 『A』의 또다른 명곡.
숨가쁘게 흘러가는 트랙을 진정시키는 듯한「Interlude」. 마치 미로를 헤메이다 막다른 곳에 도달하여 그 앞에 있는 문을 열고 다른 세계로 옮겨가는 듯한 느낌이다.
그렇게해서 도착한 곳은「Love ~Refain~」. 후에 싱글로 발매된 「Love ~Destiny~」에서는 이별을 노래하고, 여기서는 사랑을 노래하고 있다. '그저 만났다는 것에, 그저 사랑했다는 것에, 서로 생각할 수 있었다는 것에 앞으로도 감사해요'라는 사랑의 노래가 '그저 만났다는 것도, 그저 사랑했다는 것도,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다 해도, 잊지않아요'라는 슬픈 이별로 바뀌어 버리는 시리즈. 이어서 들으면 아유의 목소리가 더욱 슬프고 애절하다. 마지막은 물론「Love ~since1999~」로..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아유의 발라드「Who...」.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없이 감히 하마사키 아유미 최고의 발라드라고 말하고싶다. 처음 이 노래를 들었을 때는 팬들에게 전하는 노래라고 생각했으나, 결코 그것 뿐만은 아니다. 실제로 콘서트의 마지막 곡으로 울먹이며 부르는 것을 들었을 때는 팬들에게 전하는 노래라고 생각하니 더욱 감동적이었지만, 마음이 편안해지는 노래를 듣고싶을 때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노래가 바로 「Who...」. '길을 잃었을 때 그리고 길이 너무 멀었을 때, 혼자서 중얼거렸어, 그런거라고...' 를 들으면, 정말 그냥 그런거다 하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편안해진다.
「Who...」가 끝나고 잠시 후 들려오는「kanariya」는 후에 싱글로 리컷된 이 앨범의 히든트랙. 빠른 비트의 믹스버젼이 유명하지만 원곡또한 명곡이다. 느리고 음울한 멜로디에 한탄하는 듯한 아유의 보컬이 나른하면서도 애절하다. 처음 들었을때부터 어두운 녹색과 회색이 떠올랐던, 아유 노래 중 보기 드물게 우울한 노래이지만 역시 매력적인 곡임에는 틀림없다.
초기의 하마사키 아유미 앨범은 신곡을 조금 추가한 싱글 콜렉션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싱글 발매곡이 많이 수록된 만큼 앨범의 완성도는 최고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오히려 싱글을 구매하지 않은 팬들의 입장이라면 그러한 앨범의 구성이 더 만족스러울 것이다. 그만큼 완성도가 높은 앨범이기에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LOVEppears』가 명반으로 남아 있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