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자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동경사변 2집이 발매한지도 꽤나 시간이 흘렀다. 이번 앨범에는 두명의 멤버가 교체가 되었다. 그래서 보컬에는 시이나 링고(椎名林檎), 드럼에 하타 토시키(刃田綴色), 베이스에 카메다 세이지(?田誠治), 그리고 새 멤버인 키보드의 이사와 이치요우(伊澤一葉), 기타 우키구모(浮雲)로 이루어진 새로운 동경사변이 탄생 되었다.
이번 앨범의 타이틀인 大人 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앨범의 전체적인 컨셉은 어른이다. 1집에서 어린 아이 (혹은 어린아이에 머문 어른)이 해볼만한 고민이나, 그러한 사운드를 담아내었다면 이번 앨범은 성숙한 느낌을 담아냈다. 세상을 향해 자조섞인 미소를 던지는 동심을 잃어버린 어른 말이다. 11 개의 트랙이 이제 막 사회에 나선 11명의 어른의 모습을 그린 느낌이 든다.
앨범에 대한 전체적인 만족도는 5점 만점에 4점 정도를 주고 싶다. 분명 이 앨범은 링고와 그녀를 둘러싼 밴드 멤버들의 한계는 아닐거란 생각에서다. 1집에 5점을 매긴 본인이 4점을 준 이유는 아래 설명하겠지만 링고의 색 때문이겠다. 앨범 하나 하나 괄목상대할 발전을 이루는것도 어려운 일일테니 이 정도의 앨범이라면 명반이라고 부르는데는 손색이 없을것 같다.
1집도 그랬지만 동경사변의 앨범에는 다소 냉소적이고 4차원적인 가사만 봐도 다른 사람과 구별되는 그녀만의 매력이 담겨져 있다. 아쉬운 것은 1,2집의 두 앨범을 내가 동경사변이 아닌, 시이나 링고스러운 앨범이라고 표현을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녀가 가지고 있는 독특한 음악적 빛깔은 밴드에서도 지나치게 빛을 발휘하고 있어서 동경사변이 아닌 시이나링고와 밴드 사람들이라는 느낌마저 갖게한다. 어떠한 밴드를 만들더라도 시이나링고가 가진 보이스나 가사 세계는 쉽게 다른색과 융화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해보지만, 그래도 밴드로 나선만큼 솔로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1 秘密 [himitsu]
전작의 入水願い 트랙의 연장선 같은 느낌. 몽롱한 느낌을 들게 하는 기분이다. 마치 악마가 옆에서 속삭이고 있다는 느낌이랄까? 그렇지만 그 기분이 나쁘지는 않다. 오히려 자꾸 더 들어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2 喧上等 [kenka joto]
곡의 절반 이상이 영어로 이루어진 트랙. 일부 일본 가수들 중 영어 발음이 상당히 좋지 않아서 들을 떄 거부감이 느껴지기도 하는데, 링고는 그럴 걱정이 전혀없다. 독일어마저도 소화하는 그녀에게 이런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秘密 가 몽환에 세계에 들어오라는 속삭임이라면, 喧上等 은 그 몽환에 세계에 도달하기까지의 즐거운 여정을 그린 느낌.
3 化粧直し [kesho-naoshi]
어른이 되고 나서 처음으로 성숙한 사랑에 대한 이별을 한 날. 처음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 보낸 날. 이 곡의 후반부에 나오는 가사인 [당신을 만나고 고독을 알았어, 시들었을 때야 나는 간신히 깨달았어 ‘정말로 혼자’라는 걸] 라는 가사는 마음속에 깊게 파고 들 것이다.
4 ス-パ-スタ- [superstar]
가끔 다 자라난 사람도 이런 생각을 할 것이다. 이런 변변찮은 모습이 정말 내가 원하던, 어릴때 바라던 내 모습일까? 하는 생각. 그래도 노력해서 쉬이 바뀔수 없으니 자신에게 만족하고 하루하루 무기력하게 살아가는 하루. 그런 당신에게 링고는 슈퍼스타라는 장황한 수식어를 선사해준다.
5 修羅場 (adult ver.)
이번 앨범의 최고 킬링 트랙. 역시 그들은 이 싱글을 선두로 내었다. 약간의 종교적 의미를 가미한 가사를 음미하는 것도 즐겁지만, 전체적인 곡의 구성도 참 재미있다. 앨범에는 싱글 버젼이 아닌 어덜트 버젼이 수록되었는데 본인은 싱글 버젼을 더 선호한다. 아마도 싱글과 다른 앨범의 맛을 보여주고 싶었는가 본데, 보너스 트랙으로 싱글 버젼의 修羅場 와 透明人間 을 실어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6 雪國 [yukiguni]
처음 들었을때는 전혀 끌리지 않았으나 듣다보니 이 만큼 좋은 트랙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굳이 곡의 제목을 듣지 않더라고 곡의 느낌, 목소리 등이 북방의 차가운 나라를 떠올리게 해준다. 그곳에서 표정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는 누군가가 부르고 있는 노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7 歌舞伎 [kabuki]
영어로 이루어진 트랙. 예전 그녀의 싱글 [카부키쵸의 여왕] 이 자라나서 쓴 곡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그때 그 싱글이 카부키의 어린 소녀의 눈을 통해 쓴 가사라면 이 곡은 카부키에 찌들대로 찌든 여인의 시선으로 본 가사랄까?
8 ブラックアウト [blacko]
곡의 분위기는 밝다. 하루의 일이 끝나고 술에 잔뜩 쩔어서 부른 노래라고나 할까. 술을 마셔서 기분은 최고조에 달해있지만 그게 정말 내가 행복해서 기분이 좋은 것은 아니다. 마지막 가사인 何より貴方が疎ましいのさ (무엇보다 당신이 역겨운거야) 에서는 가슴이 뭉클해지는 기분마저 든다. 누구나 느껴본 감정이 아닐지.
9 黃昏泣き [tasogare-naki]
술에 취한 기분도 젖어들고 이제 잠에 빠져든다. 마치 자장가를 연상케 하는 곡이다. 떠나간 여인을 생각하며 잠에 서서히 빠져들면서 황혼을 바라보고 있다. 서쪽으로 지는 태양이 마치 울고 있는 것 같다.
10 透明人間 [tomei-ningen]
이번 앨범의 두번째 킬링 트랙. 무엇보다 필자가 좋아하는 것은 토메 닌겐의 가사다. 누구나 세상사에 지치면 투명인간이 되서 잠시 이 복잡한 세상에서 한걸음 물러나 바라보고 싶을 때가 있을 것이다. 잠시 그런 기분이 된 채 들어보면 기분이 점점 좋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11 手紙 [tegami]
앨범의 마지막 트랙인 테가미는 앨범 전체의 목적을 다시한번 훑어주는 트랙이다.
大人になった私達には何時でも答えが要るんだね
오토나니낫-타와따시타치니와이쯔데모코타에가이룬-다네
어른이 된 우리들에게는 언제나 해답이 필요하지
어린이 되면 정말 우리는 해답을 필요로 한다. 누군가를 아무런 생각없이 사랑하던 어린 시절과 달리, 어른이 될 수록 그 사람이 자신을 왜 사랑하는지, 어떻게 사랑해줄건지 하나하나 요구하기 시작하고, 주위에서 얻는 친절에 감사하기보다 그 속내를 걱정하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점점 우리는 [大人] 이 되어간다.
--------------------------------------------------------------------
리뷰 게시판이 생겼네요! 제가 정말 좋아하는 가수 몇명에 대해서 말해볼 공간이 생겨서 너무 기쁩니다~
저도 이번 앨범을 들으면서 1집과는 사뭇다른느낌에 놀랍기도하고..역시 멋지다..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운 구성이었다는^^3집도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