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초등학교 2학년 선생님입니다.

by vooy posted Feb 20,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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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부끄럽습니다.

교편을 잡은 지 어언 1년..

첫해는 자기가 어떤 말을 했는지도 모른채 지나갔고

첫해의 미숙함을 반성하며 내년에는 멋진 선생님이 되겠다고 다짐한 요즘..

정말 부끄럽습니다.

사건은 바로 오늘...  

할머니 제사가 어제 새벽에 있었죠. 친척분들도 많이 오시고..

그 중 제가 귀여워하는 사촌 동생녀석이 있단 말입니다.  

점점 커갈수록 이목구비도 뚜렷해지고.. 이번에 초등학교 3학년에 올라갑니다.

사촌동생이 닌텐도를 가지고 있더라구요. 저는 그 굉장한 것의 존재를 처음 알았습니다.

너무 재밌는 나머지 달라는데도 안주고 심지어는 숨겨놓기까지 했지요.^^

제가 자꾸 빼돌리니까 그 녀석이 하는 말

"누나. 이런 경위가 어딨어요? "

어라.. 요것바라... 감히 선생님앞에서..

"경위"가 아니라 "경우" 라고 해야지~ 너 이렇게 게임만 하니까 단어도 잘 모르고 그러는거야. 이거 압수야~

"어? 경위라고 하는게 맞는데.."

"조용해~ 나 선생님이야..."  장난스럽게 한마디로 묵살시켰습니다.

친척분들이 다 가시고 갑자기 무료해져서 침대에 누워있는데.. 그 녀석이 하던 말이 생각나더란 말입니다.

그래서 사전을 찾아보니..... 글쎄...

이런 경우가 어딨어? 라는 문장에는 반드시 "경위" 를 써야한다고 나와있네요..

모두 아시는 내용인가요?

헉...  레크레이션 이 아닌 레크"리"에이션 이후로 오랜만에 느껴본 단어충격이었습니다.

정말 우리말 바로 사용하기 어려운것 같아요.

저는.... 정말 부끄러워집니다. 나중에 칭찬의 의미로 더 좋은 게임기 하나 선물해줘야겠어요.^^

더불어 초등교육이 정말 중요하다는것을 다시 느끼게 되는 좋은 경험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