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빈이가 하늘나라로 갔습니다.

by posted Dec 29,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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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자취하는 남자친구가 적적해하고,

또 저도 개를 무척이나 좋아하기 때문에 유기견 애기를 하나 데리고 오려고 맘을 먹었습니다.

유기견 절차가 꽤 까다롭더라구요..

필수적인 용품, 목걸이... 필요한게 많길레

애기 집도 사고 사료도 사두고, 칫솔 치약에 샴푸에 ....

용돈 덜쓰고 모아둔 돈을 다 써서 데리고 올 준비를 했습니다.

제가 작년에 9년.... 여동생이나 다름 없이 지내던 애기를 ...

아는 분들은 아시는 페디그리 .. 그 죽일놈의 사료회사 덕에 잃고

처음으로 다른 애기를 기르려고 맘먹은 거라 너무 들떴습니다.

물품이 도착한날 오후에 유기견센터로 향하는데

왠 할아버지가 새장에 이제 막 눈떴을 법한 강아지 세마리를 들고 파신다고 들고 다니시는데

새장을 이리저리 흔드는데 그 애들이 너무 안쓰럽더라구요. 밥통이랍시고 있는 바가지는 언제

씻었는지 악취가 진동하고... 그래서 결국... 한마리를 데리고왔습니다.

제가 처한 상황이 세마리를 모두 데리고 올수는 없는지라

세마리를 놓고 비교해가며 한마리를 고르는 상황이 너무 가슴아팠지만 ....


이제 막 이빨이 난 애기여서 강아지용 사료를 따로 샀습니다.

몇일 굶었는지 먹는것도 잘먹고... 설사하는것 외엔 활동량도 많고 건강해 보이길레...

내일 병원가서 검사받게해야지- 해야지...

그런데 게으른 제가 귀찮다고 ...해야지 .. 해야지.. 하면서 3일을 안갔습니다.

어제까지 제가 이불에다 오줌쌌다고 혼내고..

쇠고기캔 달라고 낑낑댔는데,

오늘 아침에 갔더니 여기가집이야- 하고 가르쳐준곳에 얌전히 누워있었습니다.

기특하게도 신문지에 대,소변을 가렸길레 칭찬해주려고 애기를 안아들어올렸는데....

목이 힘없이 떨어지더군요.

얘가 자나... 했는데...

아무리 깨워도 안일어나대요...

눈물이고 뭐고 살려봐야겠다 싶어서 숨을 불어넣어주려고 입을 벌렸는데..

너무 힘없이...


제가 넋이 나가있어서..

남자친구가 수건에다 싸서 뒷산에 묻어주고왔습니다.

애를 안아들었을때까진 나오지 않던 눈물이

남자친구가 문닫고 나간순간 터져나왔습니다.

미련하게 게으름 피운것도 후회되고

데리고 오자마자 병원데려갈것을 하고 후회하고..

아니, 내가 안데려왔으면 더 오래살았을까.. 라고도 후회했습니다.

그렇게 정말 제 탓을 하며 울었습니다.

남자친구가 손톱이 깨져가며 손으로 파서 묻어주고 온것을 보고

더 울었습니다..

오늘 한나절내내 울었더니.. 식욕도 없고, 힘도없네요.. 잠도안오고...

그래도 습관이 무섭네요.. 컴퓨터 앞에 앉고.....

멍청이...



제 곁에 있던 몇 일간이 로빈이에게 행복한 추억이였으면좋겠습니다..

내가 못해준걸 후회한 만큼 , 다음 생에 또 내 곁으로 와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땐 정말.. 정말 오래 잘해주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