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소개할 드라마는 '하얀거탑'입니다.
이 드라마는 2003년 4분기에서 2004년 1분기까지 2분기 동안 총 21부작으로 방영되었습니다.
1화부터 10화까지는 자이젠 부교수가 교수가 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모습이 중점적으로 그려져 있고,
11화부터 21화까지는 자이젠 교수의 진단미스로 인해 열리는 의료재판이 중심소재입니다.
솔직히 10화까지는 확실히 흥미롭긴 했지만 내용을 질질 끄는 경향이 있었는데,
11화부터는 정말 사람을 잠시도 가만히 두질 않습니다. 긴장감과 박진감의 연속.
거짓말 하나도 안 보태고, 너무 떨려서 가슴이 쿵덕쿵덕 뛸 정도였거든요.
카라사와 토시아키의 연기는 두 말하면 입 아플 정도로 훌륭했고, 개인적으로는 에구치 요스케상이 더 좋아진 드라마입니다.
'하얀거탑'의 주제의식을 인간의 끝없는 욕망과 그로 인한 파멸...이라는 한 문장으로 정의내릴 수는 없을 겁니다.
아무리 의사로서의 사명감 따윈 없이 오직 자신의 권력과 명예를 위해 수술을 집행하는 자이젠이지만,
마지막의 그의 모습은 진정한 '인간'이자 '의사'다웠다고 할까요.
사토미 선생이 교수가 되기 위해 의사로서의 사명감을 망각한 자이젠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교수가 되는 것은 목적이 아니라 결과다'
왠지 이 말이 잊혀지지를 않네요.
그리고 '아스카에게, 그리고 아직 보지 못한 아이에게'
이나가키 고로, 콘노 마히루 주연의 1부작 특집극으로, 올해 10월에 방영되었습니다.
'1리터의 눈물'을 보고도 울지 않던 제가 이 드라마에서는 정말 눈물 콧물 다 빼가며 울었습니다.
세이지(이나가키 고로)는 의사로서 환자들을 진심으로 도와주며 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악성종양으로 오른쪽 다리를 절단하게 되나, 그 중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열심히 재활치료를 하여 의사로 복귀하지요.
하지만 행복도 잠시. 종양은 폐로 전이되고 결국 세이지는 사망선고를 받습니다.
왜 신은 그토록 선량한 의사를 두번씩이나 버린걸까요.
하지만 그는 '괴롭다'는 말은 한번도 하지 않고 오히려 아내와 가족을 격려합니다.
그는 어린 딸 아스카, 아직 뱃속에 있는 아이를 위해 긴 편지를 쓰게 되고, 그 첫문장이 바로 '아스카에게, 그리고 아직 보지 못한 아이에게'인거죠.
'1리터의 눈물'과 유사하게 이 드라마도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되었다고 합니다.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았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의사와 그의 가족간의 따뜻한 사랑.
어찌 보면 식상한 주제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이나가키 고로의 연기 그 하나만으로도 이 드라마는 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는 스포일러가 아님을 밝힙니다. 드라마의 첫 부분에 줄거리를 대강 보여주거든요.
흙탕물 속에서 진주를 발견해낸 기분이 이런걸까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