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 상당히 슬픈 일이네요..
그 동안 서로 비밀이란 비밀은 다 나누고 맨날 놀고 하던 사이었던 친구녀석이 고의적으로 연락이 끊어버렸어요.
사건─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마땅하게 대체할 단어가 없군요.─은 이렇습니다.
제 친구 A양은 버디버디 친구가 많은 편이었어요.
그런데 그 중 남자친구(사귀는 거 말구요. 순수한 친구) 한 명이 자기가 좋아하는 애한테 차였다면서, 걔 잊고 싶다고, 좋은 여자 있다면 한 번 소개시켜달라고 했대요. 전체쪽지로요. 그래서 그 친구는 저한테 아무 허락도 없이 걔한테 제 폰번호를 알려준거에요. 그 남자애를 B군이라고 칭할게요.
저는 갑자기 온 문자에 당황했고 B군은 'A양 아세요? 그 친구가 소개시켜줬는데'라고 하는거에요.
A양이랑 문자를 해보니 설명을 다 해주더군요.
저야 좋았죠. 14년 동안 남자라곤 코빼기도 구경못하고, 사춘기라 그런지 옆구리도 으덜덜덜 시리고 가을이라서 2배로 더 시렸으며 솔로부대에 14년 동안 몸 담았던 녀석이니까요.
그래서 A양의 집으로 놀러간 어느 날, A양이 사진을 찍자고 하더군요. 제 친구 A양은 좀 뚱뚱했지만 사진빨을 잘 받아서 인터넷에 친구가 더 많은 아이었어요. 저는 사진빨을 전혀 못 받아서 A양이 화장도 해 주고(저는 꾸미는 거에 관심이 없었지만 A양은 꾸미는 걸 엄청 좋아해요.) 옷도 이쁜 거로 빌려주고 해서 사진을 찍긴 찍었습니다. 그래서 A양이 B군에게 제 정면 사진을 보냈어요. 저는 잘 모르겠지만 주변에서 귀엽단 소리도 몇 번 들어봤고(거짓인진 몰라두요) 그래서 그냥 가만히 있었구요.
1시간쯤 지나니까 B군의 답장이 '미안.' 이었어요. 딱 한마디.
A양이 당황하며 B군과 통화를 했어요. 그런데 B군이 말하기를, '걔, 내가 재수없어 하는 애랑 닮았어. 얼굴이 재수없어.' 어찌나 크게 말했던지, 듣지 않으려고 하던 저에게도 들리더군요.
저로써는 기분 나쁘죠. 저는 인터넷에 사진을 올리면 '제 친구랑 닮으셨네요~'가 대다수의 꼬릿을 차지하고 있는, 이른바 '흔한 얼굴'이었는데, 그걸 한 층 더 부각시켜준거죠. 거기다가 저는 자존심이 약간 센 편이어서, 뭐랄까. 그냥 '기분이 더러웠다'고밖에 표현을 못하겠네요.
A양이 전화를 끊은 후 저에게 문자가 왔습니다.
'ㅈㅅ'
........ ㅈㅅ이 사과일까요? 남의 자존심을 밟아놓고서도 '죄송합니다'나 '미안합니다'가 아닌 자음 두 개 ㅈㅅ이 뭡니까.
그런데 더 허무한 건
A양이 B군 편을 들었다는 것.
그래서 A양이랑 연락이 두절됬네요.
뭔가 허무하고 슬프네요..
위로 좀 부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