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지는 이야기> 보라색 문 3

by 고윤정 posted Oct 22,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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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문 뒤의 그들.

엄마에게 보라색 문에 대해 물어보았다가 더욱 더 알 수 없는 궁금증으로 빠져들었던 소녀는
약을 먹고 궁금증과 같은 깊은 잠에 빠졌다가 온세상이 달빛만으로 가득차 있는 외로운 밤에 눈을 떴다.
소녀는 이렇게 홀로 깨어나는게 두려워 두눈을 뜨지 못하고 인형을 꼭 안았다.

'내일은 꼭 엄마랑 같이 자야지....'

소녀는 컴컴한 이세상에 혼자 버려진것 같은 두려움이 싫어서 언제나 엄마의 품으로 파고 들었지만
아침이 되어 눈을 떠보면 또다시 자신의 방에서 홀로 누워있었다.
마치 엄마에게 갔던것이 꿈이였던것 처럼.
사실 소녀가 2층 노란색 문을 한 방으로 옮긴 이후로 한번도 엄마와 같이 잠들어 본적이 없었다.
품으로 파고드는 소녀를 엄마는 언제나 매몰차게 2층으로 올려 보냈고,
어린 소녀가 밤에 홀로 잠이들때마다 곁에 있어준건 아빠가 사주었던 자신을 꼭 닮은 인형이였다.
인형과 함께 잠이든 6년동안 한번도 밤이 무섭다고 생각하지 않았었지만
약을 먹고 잠이들었다가 깊은밤에 혼자 깨어날때는
외로움과 두려움으로 눈물로 인형을 적셨다.

눈을 꼭 감고 있던 소녀는 누군가 소근소근 이야기 하는 소리에 눈을 떴다.
이 집에는 엄마와 자신밖에 없는데 누굴까?
소녀는 인형을 꼭 끌어 안은 체로 창가에 서서 밖을 내다보았다.
하지만 밖은 고양이 울음소리 하나 들리지않을 정도로 고요했다.
그렇다면.......
소녀는 조심조심 방문을 열고 복도로 나왔다.
복도끝 보라색 문틈 사이로 불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삐그덕- 삐그덕- 한발 한발 보라색 문으로 걸음을 옮길때마다 말소리는 점점 더 가까워졌다.

"드디어 이 집에서 보라색 문을 발견한 사람이 또 생겼어."

"몇년만이지? 거의 6년만인가?"

"그래...그 정도 되었네."

"그런데 문을 발견한 사람이 아직 어린아이라니, 좀 불쌍한 생각이 들어."

"어쩌겠어. 다 그 아이의 운명인데...."

"이름이 뭐라고 했지?"

"응, 이름이......"

소녀는 자신도 모르게 짧은 비명을 내뱉었다.
이 문뒤의 사람들이 어떻게 자신의 이름을 아는것일까.
그리고 불쌍하다니....

"잠깐. 무슨 소리 못들었어?"

"그래...분명히 어린아이의 목소리 같았는데. 혹시 그 아이 아닐까?"

"내가 나가 볼께."

저벅 저벅 저벅....철커덕.

소녀는 너무나도 놀라 인형을 떨어트린체로 자신의 방으로 숨이 차게 달려와
이불속으로 들어가 바들바들 떨었다.

저벅 저벅 저벅...끼이이익~

어느새 발걸음 소리가 자신의 등뒤까지 들리자 소녀는 숨이 넘어갈것 같은 공포를 느꼈다.
발걸음 소리는 눈을 꼭감고 이불을 뒤집어 쓴채로 궁지에 몰린 사슴새끼처럼 떠는 소녀주위를
두어번 돌아본 후 다시 보라색 문으로 돌아갔다.
소녀는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은 한참후에야 기진맥진하여 기절하듯 잠이 들었다.



출처 - bydrink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