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보라색 문의 발견.
동네 한 가운데 있는 2층으로 된 소녀의 집은 아빠의 아빠,
할아버지께서 손수 지으신 집이였다.
흔히 볼 수 없는 노란색 벽돌을 층층히 쌓아올리고
지붕은 빠알간 기와로 마무리가 되어있다.
집의 형태는 더욱 특이하여 기울어진 사다리꼴로 되어 있었다.
게다가 땅과 맞닿아 있는 지반의 벽돌들은 이끼로 인해 초록색으로 봐뀌어
초록색에서 노란색으로 그라데이션 된듯한 집의 벽면들은
보는이로 하여금 마치 이 세상에 없는 건물을 보는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하였다.
지어진지 50년은 족히 넘은 집이라 음산하고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감돌았지만,
나름대로 고풍스럽기도하여 동네를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은 물론이거니와
동네 사람들도 마을의 명물로 여길 정도로 유명했다.
이 집에서 소녀의 엄마는 떠날 생각이 없는듯 하였다.
딱히 이사갈 곳이 없기도 했지만 돌아가신 아빠가 남긴 살아있는 추억 그 자체였기 때문에.
소녀의 방은 2층을 올라가는 계단을 돌면 바로 보이는 노란색 문을 한 방이다.
이 집에서 소녀의 방은 문 색깔처럼 전망이 제일 좋고 집에서 유일하게 남쪽으로 창이있는 방이다.
아빠의 서재였던 이방을 소녀가 쓰게 된건 아빠가 돌아가신 그 다음날부터였다.
2층엔 소녀의 방 말고도 2개의 방이 더 있었지만 보라색 문은 아니였다.
하지만 2층 복도끝엔 분명히 보라색 문이 있었다.
소녀의 눈에 보라색 문이 보이기 시작한건 아마도 삼일 전 밤이였을 것이다.
일주일전 소나기를 맞아 심하게 앓은 소녀는
매일 엄마가 준 알약을 먹고 하루종일 잠만자다 깊은밤에 땀에 젖은 몸으로 깨어났다.
엄마가 주는 약을 먹으면 무척이나 졸리고 몸이 녹아내리는듯하여 먹기 싫었지만
약을 목구멍 너머로 삼킬때까지,
그 약이 위에서 녹아내려 소녀를 죽을듯한 수면으로 밀어넣을때까지
엄마는 소녀를 지켜보았다.
매일밤 잠깐씩 깨었다가 다시 잠들곤 하였지만, 왠일인지 그날은 잠이 오지 않았다.
달도 구름속으로 숨어버렸는지 유난히 어둡고,
고양이의 갸릉거리는 울음소리와 째깍째깍거리는 시계소리가 무섭게 느껴져
소녀는 배게를 안고 1층 엄마방으로 내려가려고 방을 나섰다.
그때 등뒤에서 문이 닫히는 소리를 듣고 뒤를 돌아본 소녀는
이때까지 없었던, 아니 있었지만 한번도 보지 못했던 보라색문을 보게 되었다.
그날 밤 소녀는 동이 터올때까지 잠들지 못하고 뒤척거렸다.
출처 - bydrink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