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3
이제 어느 정도 학교에서 숙식과 샤워하는 것에 적응이 되었습니다.
그런 식으로 일어나는 것도 비교적 늦어지고 게으름을 부리기 시작했지요..^^
오늘은 트럭을 타고 남학생들은 사슴 똥 프러 사슴농장에 갔고,
저를 포함한 여학생들은 고추밭에 갔습니다. 아침인데도 날씨가 참 푹푹 찌더라구요.ㅠㅠ
"제발 푸르딩딩한 고추 좀 따지 말어~" 라는 말을 듣고 고추를 따기 시작했습니다.
올해는 고추농사가 풍년이라서 고추가 참 많았습니다.
밭이 한 50m 되었던 것 같은데.. 보기에 되게 밭이 작아보여서 2시간 정도면 고추를 다 딸 수 있을 거야
라고 생각했는데ㅠㅠ 고추나무 한그루에 다 익은 고추가 20개 정도가 달려서..
그거 다 따느라 어지러움과 다리 통증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하루죙일 쭈그려 앉아서 땄기 때문이죠)
이 사실을 아신 S고 선생님 한 분 께서 저를 도와주셔서 같이 땄습니다. 제 이름을 가지고 놀리시기도 하고
개구리로 저를 괴롭히시려고 했으나, 개인적으로 개구리는 무당개구리가 아니면 귀엽다고 여기므로..
귀엽게 쓰다듬어 줬습니다. 선생님 께서는 당황한 얼굴로 사투리를 쓰시며. "개구리 안무섭냐아?ㅇㅁㅇ!"
물으셨습니다.
그리곤 계속 고추를 따다 보니 고추가 참 아름답게 보였습니다;; 특히 무농약이라 그래서 더 탐스럽게
보이더군요;; 집에 슬쩍하고 싶었습니다만 쓸모 없을 것 같아서;; 내버려 뒀습니다.ㅠㅠ
고추를 다 따고 고추 담은 포대를 들고 다녔습니다. 지나다니다가 선생님의 디카에 할 수 없이 걸려 들어서,
최대한 폐인스런 표정을 짓고 찍어버렸습니다. ^^;;
사진을 찍고 밭주인집에 와서 밥을 먹었습니다. 이번에는 반찬이 다 채식이라 입이 심심했습니다.
그렇게 선풍기에 한장 한장 날려가는 김을 집으며 밥을 먹고 남자아이들을 기다리다가 숙소로 갔습니다.
밤이 되자, 날씨도 좀 차분해 진 것 같아 매점이라는 곳에 한 번 가봤습니다. 매점 가는 길을 물엇을 때,
"쪽문으로 나가면 바로 '작은 상점' 이라는 허름한 가게가 보여요" 라고 들어서 폭소를 해버렸습니다.
그냥 매점이라고 해놓지 작은 상점은 무엇이람~? 아이스크림을 고르려고 냉장고를 봤더니,
하나같이 짝퉁 아이스 크림 투성이었습니다. '더위사냥'을 '빙하사냥' , '메로나'를 '메론바'로 명명했더군요
웃고나서 녹는 아이스크림을 보며 울상지으며 학교로 왔습니다.
오늘은 더 이상 외롭게 있기 싫어서, 제 옆에서 잠자는 공고 아이들이랑 고스톱 한판 쳤습니다.
원래 칠 수 있는 인원은 4명이지만. 관전하다가 너무 하고 싶어서 나이가 많다는 명목으로
억지로 끼어들어서 쳤습니다. 많이 쳐 본 적이 없는 저는 거의 꿀리는 쪽에 속했습니다. 싸기도 하고,
피박맞아서 지고, 피 한장씩 돌리면서 지는 걸 못참아 성질내기도 했지만.. 꼴찌 안했다는 것에 만족했습니다.
아하하;; 아아, 참고로 선생님들이 감시를 안해서 참으로 편하게 고냥오빠한테 잔소리 들으며 도박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 도박은 집에 돌아오는 날까지 계속되었습니다.
마침내, 학교에서의 저녁 시간 너무 배고픈 나머지, 배식을 담당하시는 선생님께 "잘 먹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라고 말해버렸습니다. 그러자 선생님들께서 "요즘 아이들은 고맙다는 인사를 안해." 라면서 저를 칭찬해주셨습니다.
칭찬을 좋아하는 터라, 부끄럽고 기분 좋음에 어쩔 줄 몰랐습니다.
그 날 밤 떡공장에 가서 아산에서 바로 생산된 쌀을 가지고 만든 가래떡을 먹었습니다. 떡공장 규모는 작았지만
떡이 굉장히 맛있게 만드는 것 처럼 보였습니다. 그리고 거기서 준 떡을 같은 학교의 남자 아이들과 나누어
먹었습니다. 위에 검은 콩으로 범벅이 되있던 떡이었는데, 떡이 끊어지지 않아서 손으로 집어 뜯고 서로 안먹으
려고 도망가기도 했습니다만 떡이 있던 용기마저도 선생한테 검사 받는 처지라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먹었습니다.
그리고 내일 몸이 부을 것이라는 예상도 하지 못한채 잠자리로 왔는데, 옆에서는 바퀴벌레 기어다니고,
위에서는 나방이 생쇼를 하면서 날아다니고, 귀뚜라미는 내팔을 스치면서 뛰어 다녔습니다.
이제 벌레에 왠만큼 적응된 저는 귀뚜라미를 집어 던져 버리고 바퀴벌레는 휴지로 죽여버렸습니다.
또, 선풍기는 왜 나한테 바람을 주지 않는 건지,, 어제 까지만 해도 선풍기 없어도 견딜만 했습니다만,
오늘은 정말 못참겠더군요.. 그렇게 1시간 정도를 뒤척이다 잤습니다.
DAY4
일어나 보니 어제 고추 따기의 후유증으로 다리가 너무 아파서 자리에서 일어나기가 너무 힘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꾸역꾸역 일어나서 화장실에 가서 세수하고ㅠㅠ 계단을 70대 노인처럼 내려오고, 신음 소리와 함꼐
앉은 후 밥을 먹었습니다.
오늘은 너무 힘이 들어서 농촌일을 나가지 않고 학교 안에서 운동장의 잡초를 뽑았습니다.
운동장에 이미 제초제를 뿌려놓은 상태였기 때문에 풀 뽑기가 어려웠습니다. 연장이 없던 저는 돌을 주워서
땅을 파고 잡초를 뽑았지만, 옆에 연장을 가지고 있던 애가 쉰다고 도망간 사이, 저는 호미와 곡괭이를 가지고
시험삼아 땅을 파보았습니다. 호미는 비교적 가볍기도 하고 콩밭에서 할머니가 쓰던 호미로 잡초를 뽑아 본
적이 있는지라 쉽게 썼는데, 곡괭이는 길고 무겁고,, 왠지 낫이라든가 망치로 무언가를 깨뜨리는 느낌이라서,
몇번 사용하다가 밖에 버려버렸습니다. 호미로 뿌리가 짤리지 않게 조심히 땅을 파고 손으로 확 뽑아 버리다가
자빠지기도 했습니다.
점심시간, 첫날에 말한대로 라면을 먹는다고 그래서 설마 했는데,, 정말 라면을 삶아 먹어버렸습니다.
신라면이었으면 좋을텐데,,, 안성탕면 이었습니다. 배식하는 학생들왈: "오늘은 옵션으로 계란도 추가 됬네에~
+_+ " 먹다가 정말 토하는 줄 알았습니다. 어떻게 조리하면 저렇게 맛없는 라면이 탄생할까? ㅠㅠ
그 이후 밤 12시까지 학교 에서 뒹굴뒹굴하다가 벌레 잡으려고 잠자리체 들고 다니는 아이들 보며
쓰러져 잤습니다.
DAY5
드디어 마지막 날! 아침만 먹고 집에 간다는 소식이 들려와서 매우 들떴습니다.
아침을 먹고 짐정리 하고 있는데 이불을 집어 넣으려고 했던 봉지가 사라졌습니다. 개인적으로 제 소유물
남이 쓰고 온전하게 안해 놓거나 조금이라도 많이 사용하면 하루종일 기분이 나쁜 상태가 되는 저에게는
정말.. 혈압올리는 일이었습니다. 더군다나 그 범인은 제가 싫어하는 양아치..-_-
어딘가에 자폭 설치해서 교실 다 폭파 시키고 싶은 심정이었으나.. 어차피 집에 가니까..참았습니다.
버스를 타고 저희 학교 선생님 옆에 앉아서 편하게 잠자면서 서울에 도착했습니다.
공기도 탁하고 건물밖에 안보이는게 정말 서울스럽더군요..하하
35도의 더위속에서 짐들고 땀을 뻘뻘 흘리며 버스를 타고 집에 왔습니다.
에어콘을 틀고 누워있으니 너무 행복하더군요..역시 집이 좋은 곳이라고 느꼈습니다.
- 후기가 너무 길었네요.^^ 일은 힘들었지만 정말 뿌듯했습니다. 그리고 한번 쯤 농민들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제 기회도 적고 대학생이 되어서 가는 일 밖에 남지는 않았지만 제 생애 정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추억이 될 것 같습니다.
힘들었겄어... 그래도 좋은 추억거리 만들어왔으니 부럽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