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소녀의 농촌 체험기 -vol.1

by 파란유리장미 posted Aug 06,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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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한 것 느낀 것이 너무 많고 시간도 넉넉치 않아서 2편으로 나누어 씁니다.^^ )



시간은 7월 15일 경으로 올라갑니다.

저희학교 물리 선생님 께서 서울청소년연맹 총무 직을 맡고 계셔서

제가 하고 온 농촌 봉사활동에 대해 물리 수업시간에 말씀해주셨습니다.

내용은 대략 " 왠만한 대학에서 인정해 주는 봉사활동이다. 봉사활동도 많이주고

후회가 남지 않고 어.디.서.나. 할 수 없는 것이니께, 돈 들고 어여와서 신청해라." 이었습니다.

그렇게 기대 반 걱정 반으로 매일 생각하다 행사 날짜인 8월 2일이 되었습니다.


DAY 1

약속장소에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어서 허둥지둥 짐싸고 길을 헤메다가 약속장소에 도착.

짐도 무거운데 아침부터 날씨가 더워서 고생했습니다.  

게다가  눈앞에 보이는 풍경은 같은 학교 같은 반에 싫어하는 아이 2명이 덩그러니 앉아있는 모습!

인사는 했습니다만 얼굴은 굳었습니다. 저 아이들이랑 어떻게 5일씩이나 보낼 수 있을까 걱정 투성이였습니다.

  버스를 타고 체험단이 묵을 학교로 도착했습니다.  학교는 충남 아산에 있는 송남중학교!

시골 학교 답게 2층 규모의 자그마한 학교였습니다.  이 지역에 대해 제대로 조사 해 보지 않고 간 터라..

학교 풍경을 보고 "여기서 어떻게 지내라고... OTL"  망연자실해서  웃음만 새어 나왔습니다.

게다가 마침 날은 비오는 날에다, 묵을 교실마저 빨리 배정해 주지 않아서 절망감은 더해갔습니다.

  숙소에 들어가서 짐을 풀고, 화장실과 샤워장을 보았습니다. 화장실은 화장실 답게 찌린내가 났고

샤워장은 달랑 옆에 수돗가에서 호스 연결해서 옆에 텐트 세워놓은 곳, 여자가 60명 정도 있었는데

이젠 말조차 나오지 않았습니다. 여기서 어떻게 살라고..ㅠㅠ

  시간은 흘러 저녁 6시, 밥을 먹으러 갔는데 여기서도 어이없는 웃음만 새어나왔습니다.

식판은 받고 자기가 설거지 해서 가지고 있어야 하고, 밥은 남기지 말고 김치 국물이나 케찹 까지

깨끗하게 다 핥아 먹어야 한다니..그리고 초딩이 아닌데도 식판 검사를 받아야 한다니..

현실을 더 암담하게 만드는 건..

바로 옆 인도에서 쭈그려 앉아 교도소에 있는 죄수처럼 땅에 식판을 놓고 밥을 먹어야 한다는 사실..

밥을 먹고 갈 때 까지 간 기분으로 숙소에 들어갔습니다. 비와서 일정이 모두 취소가 된 바람에

더러운 교실에서 빈둥빈둥 하고 있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들어오는 곤충들에 의해 공포감을 느껴야 했습니다.

그렇게 하루를 때우고 자정에 잠이 들고야 말았습니다. 껄끄러운 분위기와 OTL ..스런 환경에서 내일은

어찌보낼까 생각하다가 곤히 잠이 들었습니다.


DAY 2


오늘은 구름이 개이고 선선해서 일하러 나가기에 딱 좋은 날씨었습니다.

자원봉사자 전용 조끼를 입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징용자 처럼 트럭에 실려서  일할 곳으로 갔습니다.

기분이 찝찝 할 줄 알았는데 트럭에서의 기분은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을 정도로 매우 좋았습니다.

맑은 공기와 멋진 경치와 바람.. 육지에서의 타이타닉이 따로 없었습니다.

드디어 일할 집에 도착. 작은 농가에서 자그마한 할머니 한 분이 나오셨습니다.

그분에게 일하는 방법을 익히고 일을 시작했습니다. 아아, 일은 콩같에서 잡초 뽑는 일이었습니다.

그 밭 부근이 산이라서 밭이 경사지고, 그 전 날에 비가와서 밭에 물이 약간 차있는 상태라서

양말 더럽히기 귀찮다는 생각을 해서  쓰레빠 신고 긴바지에 긴팔에 모자에 수건 둘러쓰고 일했습니다.

자라고 있는 콩보다 잡초가 더 많았습니다. 일을 하다보니 끝이 없어서 정말 막막했습니다만, 그래도

일을 끝내지 못하면 학교에서 가서 쉴 수가 없으니가 최대한 빨리 일하자고 마음먹었습니다.

일하다 보니 여러가지 곤충을 보았는데, 그 중에 반가운 것은 모기,

살짝드러난 제다리를  맛있게 빨아먹고 있었는데, 역시 시골모기라 그런지 조그만 움직임에도 참 둔하더군요.

역시 서울 모기가 운동신경이 발달한 건 사실이라고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모기 말고도 곤충은 정말 많이 보았습니다. 귀뚜라미(?) 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팔짝팔짝 뛰는 곤충,

개미와 그 자식들..-_- (알이라고 하죠) 그리고 무시무시하게 큰 지렁이, 나비 애벌레를 보았습니다.

  아, 지렁이에 대해 말하자면 손목에서 팔꿈치 정도의 길이 (24cm) 로서.. 일하다가 참 많이 발견했는데..

제가 지렁이를 무서워 하지 않는 터라, 옆에서 일하고 있던 동행을 지렁이 가지고 놀래키려고 했는데 그 일행이

지렁이를 너무 싫어해서.. 그냥 손으로 집어 밭으로 던져 버렸습니다.^^

비가오기 시작해서 일을 계속 하지 못하고 할머니 집으로 피신했습니다.  

그 집에서 땀을 흘린 곳도 잠시 씻고, 다리를 보았는데 처음엔 그냥 빨갛기만 한 줄 알았던 다리가

모기 30방이 물린 다리로.. 고기를 다져놓은 듯한 형태로  되어있었습니다.. 평소에 벌레가 저를 좋아해서

잘 물리는 체질이긴 하지만 이정도로 심할 줄 몰랐습니다.ㅠㅠ

  마침 점심을 먹을 때가 되어서 할머니 집에서 비가 언제 그치나 하고 TV 보고 뒹굴다가 밥을 먹었습니다.

메뉴는 감자국에, 돼지 불고기에, 마늘짱아찌에, 열무김치에.. 밥은 역시나 콩밥이었지만

진수성찬이었습니다.^^

그렇게 맛있게 먹고 비가 그치길  기다렸으나 비가 전혀 그칠 기세를 보이지 않아서 그냥 학교로 돌아가버렸습

니다.  그리고 대망의 샤워시간..

사시사철 변하지 않는  시원하게 먹을 수 잇는 온도의 물을 몸에 뿌려버렸습니다. 정말 차가워 죽겠더군요..

내일도 냉수마찰 해야할까 슬슬 두려워 졌지만.. 빨리 샤워를 끝내고 교실에 들어와서 쓰러져 누워 버렸습니다.

  그리고 저녁시간..왠만큼 그 칼같은 식습관과 OTL 스런 식사자세에 적응 하여  그럭저럭 편하게 먹었습니다.

주위에서는 여기에 적응하면 집에가서 제대로 살 수 없을 거야 라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이것도 서울역 노숙자 생활에 보탬이 될 지 어떻게 알어? 마음속으로 새겨놓고 비교적 편하게 먹었습니다.

  밥을 먹은 후 시간이 좀 비길래 잠을 자고, 간식으로 옥수수를 먹었습니다.  제가 먹어본 강원도의 딱딱한

옥수수나, 미국산 옥수수 통조림과는 달리, 정말 눈물나게  맛있었습니다. 옥수수에 대해서 물어보니,

옥수수밭 주인께서 품종개량을 하신 것인데, 만든지 얼마 안됬다고 해서 시험 삼아 체험단 일행에게 주셨다고 하더군요..

어디에서 구할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살고 있는 곳에서 구할 수 있다면 꼭 구해서 먹고 싶었습니다.

옥수수를 먹고, 학교 주위 산책이나 할 까 하고 돌아다녓는데,, 별이 정말 아름웠습니다.

굳이 표현하자면 하늘에 소금 뿌려놓은 것 같았습니다.ㅠㅠ 서울에서 이런풍경을 볼 수 없는 지라..

목이 빠지도록 하늘을 보고 별을 보며 지금 하고 있는 일 잘 되게 해달라는 둥, 기타등등 소원을 빌었습니다.^^

   취침 시간, 아는 사람도 얼마 없고 더군다나 친한사람 하나도 없는 상태라서, 외롭게 문자를 보내고 외로움을

달래가면서 고달픈 하루를 끝냈습니다.  비와서 아쉬웟지만 뿌듯한 하루였습니다.



-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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