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3.24 00:53

'아버지' 라는 이름

조회 수 1485 추천 수 0 댓글 9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Extra Form
  '아버지' 라는 이름에 대해 저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알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그저 아버지는 늘 그 자리에
   계신 존재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아버지는 제게 그런
   분이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집에 빚 독촉 전화가 빗발치기 시작했습니다.
   압류를 당할 위기에 놓여 식구들이 거리로 나앉게 되었다며
   어머니는 눈물을 흘리셨고 대학생인 저와 재수 중인 남동생,
   고등학생인 또 다른 남동생은 학교에 다니기조차 어려운
   상황이 되어 버렸습니다.

   아버지는 원래 천성이 착하고 심성이 고우셔서 남한테
   싫은 소리를 못하고 부탁에 대해 거절을 못하는 분이셨습
   니다. 그런 아버지는 정작 가족들에게 융통성 없는 사람,
   가족은 위할 줄 모르는 사람으로 여겨지곤 했습니다.

   그런 천성으로 인해 아버지는 친구에게 속임을 당하고
   말았습니다. 보증을 서 달라며 아버지의 도움을
   구하던 그 친구가 다른 서류를 작성해 아버지도
   모르는 일을 꾸민 것입니다.

   아버지는 속수무책 당하고 말았지요.
   그 친구가 자취를 감추는 바람에 모든 법적인 책임을
   뒤집어 쓴 아버지는 급기야 교도소에 가게 되었습니다.

   단 한달이었지만 아버지가 교도소에 계시던 그 시간은
   가족들에게는 지옥과도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무능력하고 너무 착해 빠진 아버지가 원망스러워서
   저는 그 기간 동안 딱 한번 면회를 갔습니다.

   번호판이 가슴에 새겨진 파란 죄수복을 입은 아버지를
   보는 순간 어찌나 화가 나던지 말도 안 나왔습니다.
   아버지는 '걱정 말아라, 아주 편하고 좋다' 라며
   손을 흔들고 웃으셨습니다.
   그 때 그 미소는 제가 태어나서 보았던 웃음들 중에
   가장 슬픈 웃음이었습니다.
   아버지는 웃으셨지만 전 울고 말았습니다.

   그 미소는 아버지가 집으로 돌아온 후에도 저를 계속
   괴롭혔습니다. 아버지에게 전 살가운 딸이 아니라 날카로운
   비수였는지 모르겠습니다. 가족들 중 어느 누구도 아버지를
   탓하는 말을 하지 않았지만 진심으로 당신을 사랑하지
   못한 가족들을 느낀 탓인지 그 후 아버지는 말수가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이젠 그 아버지를 홀로 두기 싫어 저는 웃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별 생각 없었던 '아버지' 란 이름에 대해 생각하려
   애썼습니다. 홀로 서 있는 줄 알았던 제가 사실은 아버지의
   사랑으로 이 자리에 서 있게 된 걸 깨달았기 때문이지요.

   여전히 아버지는 예전처럼 지나치게 착하고 무능력하지만
   이제 저는 그런 아버지를 사랑합니다.
   그런 제 변화된 마음 때문인지 교도소에서 보았던
   아버지의 슬픈 미소는호탕한 웃음으로 바뀌었습니다.
   늘 한결 같이 그 자리에 계신 분, 제가 사랑해야 할 분.
   그것이 제가 이제야 깨달은 '아버지' 라는 이름에
   대한 답입니다.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언제나 아버지를 보면 마음과는 달리 입에서는 쓴소리가 튀어나와 버리지만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는 꼭 '감사합니다' 라고 말하고 싶어요  emoticon_09

P.S: 죄송해요 이거 펌글입니다 emoticon_17
  • ?
    귀하신몸v 2005.03.24 08:05
    아, 시밭 너무 슬프자네ㅠ_ㅠ
    근데 아임 더 베스트 스튜던트라니-_-;
  • ?
    냐옹냐옹~ 2005.03.24 08:56
    아버지=날 낳아준 인간
    아버지=날 낳아준 인간의 호칭인 아버지의 위치에 있는 인간
    아버지=경우에 따라선 차라리 죽어버렸으면 싶은 개인간쓰레기가 위치하는 경우도 종종있음
  • ?
    ラプリユズ 2005.03.24 12:55
    아버지는 시밭이 공부를 열심히 하면 '감사합니다~'라는 뜻으로 받아들이실거야.. ^^
  • ?
    지로쿤:) 2005.03.24 15:02
    옥희~ 2지망을 붙는거야emoticon_05
  • ?
    V만화狂V 2005.03.24 17:01
    새드 ㅠ 글 너무 잘쓰시는게 아닐런지- 님의 뇌를 저한테 넘겨요emoticon_14
    꼭 감사합니다 라고 말하세요-emoticon_12
  • ?
    코우쨩 2005.03.24 18:39
    지금 자취중인데 아버지가 갑자기 보고 싶어집니다
  • ?
    안비 2005.03.24 19:19
    어쩐지 앞부분이 비슷해서 정말 이해할수 있을것 같아요. 제 상황은 시바타 님과 좀 다르지만요..
    저도 아버지 원망 되게 많이 했거든요- 어째서 그런 상황을 만든건지 이해할수도 없었고.
    저도 아버지를 우유부단하고 무능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아버지라 사랑할 수 밖에 없구만요..
  • ?
    아리엘 2005.03.24 23:41
    이 세상의 모든 아버지들, 씩씩해보이고 늠름해보이지만
    이세상 누구보다 가족들의 사랑이 필요한 분들이야
    아버지를 사랑하자!
  • ?
    이찌방쯔요♡ 2005.03.25 01:44
    남 얘기 같지가 않네요 ㅎ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가입인사는 여기에 코멘트로 남겨 주세요! 1654 지음아이 2007.10.31 811367
공지 서로를 배려해주는 지음아이인이 됩시다! 111 지음아이 2006.08.27 562797
공지 질문은 메인 화면 왼쪽 질문과 답변을 참조하세요! 72 지음아이 2004.02.19 594977
25659 드디어 나도 생일 글을!!! 12 이토™ 2005.03.24 1361
25658 어느 할일없는 m-flo 팬의 헛소리. 2 Mindstate 2005.03.24 1403
25657 오리콘 데일리 싱글 / 앨범 챠트 (2005년03월23일) 아야야~ 27 판~★ 2005.03.24 1651
25656 하하..어제 꿈을 꿨는데요.. 10 니노밍:) 2005.03.24 1528
25655 어제 말이지요 _-_;; 6 스미레 2005.03.24 1247
25654 훗.. 최고의 수학여행 6 럭이 2005.03.24 1695
25653 네이버 기사에 나온 High and mighty color & 오늘은 Pride 리믹스 릴리즈 되는날;.. 3 LunaticGate 2005.03.24 1679
25652 ㅋ~~ 첫 엠티를 앞두고~ 6 Crescent 2005.03.24 5075
25651 좌절중입니다. 6 멋지다지구인 2005.03.24 1268
25650 네이버 블로그 사용하시는 분? 17 姜氏世家小家主姜世振 2005.03.24 1366
» '아버지' 라는 이름 9 시밭 2005.03.24 1485
25648 아...너무 궁금해서 질문해보고싶은게... 5 나츠 2005.03.24 1282
25647 글씨체좀 고칠 수 없을까요? 11 V만화狂V 2005.03.23 1657
25646 고3이 되면... 8 이찌방쯔요♡ 2005.03.23 1298
25645 일본 19일날 늑대의 유혹 개봉했네여;;; 8 하지메마시타 2005.03.23 1540
25644 오리콘 데일리 싱글 / 앨범 챠트 (2005년03월22일) 嵐 19 판~★ 2005.03.23 1492
25643 올것이 왔군요[...] 7 rumue 2005.03.23 1250
25642 오랜만에 글한번... 4 도모토 3세 2005.03.23 1299
25641 일본어 시간 반장이 된 저=_=;;; 13 괭이눈 2005.03.23 1680
25640 제 이름… 너무 남자같아요-_ㅠ!! 22 유후♥ 2005.03.23 1288
Board Pagination Prev 1 ... 1382 1383 1384 1385 1386 1387 1388 1389 1390 1391 ... 2669 Next
/ 2669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