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근영의 <어린신부>는 홍콩 표절작?

by Janne posted Sep 26,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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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를 보니 타당성도 어느정도 확실하고... 좋은영화라고 생각했었는데... 표절이라니...
돈주고 본 영화가 아깝다기보다, 한국영화가 좋은평을 받고있는 시점에서 이런 감독들때문에 찬물을 끼었는 행동들이 안타깝군요.






[브레이크뉴스 2004-09-25 19:32]  



사진설명 - 표절 의혹을 받고 있는 <어린 신부>의 한 장면과 홍콩영화 My Wife Is 18의 한 장면
개봉한지 6개월 가까이 되가는 작품을 가지고 이제와서 표절 여부를 거론한다는 것이 분명 뒷북인 맛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작품을 두고 그것이 표절이냐 아니냐의 여부는 시간에 구애 받을 수 없다고 본다. 표절이 있었다면 백년전 작품이라도 여론의 도마위에 올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오히려 영화가 개봉이 다 끝나고, 한 바탕 작품에 대한 찬사와 비판들이 휩쓸고 지나간 후 잠잠해진 지금이 오히려 이 영화의 표절 여부를 거론하기에 더 적절한 시기처럼 보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김호준 감독의 2004년작 [어린신부]가 홍콩의 완세생 감독의 2002년작 [My Wife Is 18]을 그대로 가져다 배꼈다고 생각한다. 내가 "그대로 가져다 배꼈다"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어린신부]가 홍콩영화  [My Wife Is 18]로부터 단순히 모티브를 일부 빌려왔다거나 아니면 장면 몇개가 비슷하다거나 하는 식의 이야기를 하려는게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하기 위해서다. [어린신부]는 분명히 [My Wife Is 18]를 "표절"한 것이 분명하며, 우리는 김호준 감독에게 사기를 당한 셈이 된다.

하지만 표절을 증명하는 작업은 쉽지가 않다. 표절이냐 아니냐에 대한 확실한 기준을 세우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항상 표절 시비가 일어나면 말 그대로 "시비"로 끝나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중가요의 경우 표절 여부를 판정하는 심의기구가 있다는 소리를 들었지만 영화 같은 경우 표절이냐 아니냐를 판정할 만한 공적 기관도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 이런 경우,  작가 스스로가 자신의 표절을 스스로 자백하지 않는 한 표절은 증명되지 않는다. 그러나 표절을 행한 작가는 벼랑끝 궁지에 몰리지 않는 한은 자신의 표절사실을 인정할 리가 없다. 그래서 표절 논쟁은 힘들다.

그러므로 이 기사 역시도 하나의 시비거리로만 끝나버릴 수 있겠다. 나는 [어린신부]의 표절여부를 100프로 확신하지만,  나 하나의 의혹만으로는 어떤 영향력도 없을 것이며 문제는 많은 대중들이 객관적인 판단을 내리는 것 뿐이다.

다행이도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My Wife Is 18]가 뒤늦게 한국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고 하니 조금 기다리면 본격적인 표절논쟁이 확산될 수 있으리라고 확신한다. 나는 그 영화의 정식 개봉에 앞서서, 누구보다 먼저 문제 제기를 하려고 하는 것이며 이 기사가 한국 영화의 표절 관행을 근절하는데 조금이나마 기여를 했으면 바라는 마음 뿐이다.

[어린신부]는 개봉 당시에도 일부 네티즌들로부터 다른 작품을 표절했다는 의혹을  많이 받았었다. 표절 의혹을 제기한 대다수의 네티즌들은 [어린신부]의 소재, 즉 "미성년자인 소녀가 일찍 결혼을 하면서 벌어지는 여러가지 에피소드들"이라는 소재가 자신들이 예전에 읽은 소설들과 비슷하다는 주장들을 했다.

하지만  [어린신부]에서 다루는 이야기가 독창적인 것이 아니다는 점, 또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비슷한 이야기를 생각 할 수 있다는 점을 떠올려보면 그런 의혹들은 표절이라고 부를만한 것들이 아니었다. 나는 [어린신부]가 [My Wife Is 18]을 표절했다고 주장함에 있어서, 그런식의 단순한 "소재상의 유사성 정도"를 이유로 표절 여부를 논하고 싶은 것이 아님을 분명히 밝히고자 한다.

[My Wife Is 18]는 18세 여고생과 30살 남자와의 결혼이야기를 담고 있다. 두 사람이 결혼하는 이유는 두 사람의 부모들끼리 과거에 자식들을 서로 혼인시키기로 정략결혼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본적인 설정은 [어린신부]와 유사하다. 하지만 위에서 말했듯이 이 정도의 유사성만을 가지고 표절 여부를 거론하는 것은 성급한 일이다.

하지만 남자 주인공이 결정적으로 결혼을 결심하는 큰 동기가 할머니가 노쇄하여 돌아가실 날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며,  두 사람이 결혼을 하나의 부모님을 위한 하나의 연극으로 생각한다는 점, 그리고 결혼 당시 남자의 직업이 유학생이라는 점까지 거론되고 나면, 서서히 의심이 가기 시작할 것이다.

하지만 유사성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여주인공이 다니는 고등학교에 남주인공이 교사로 발령되어 나타나면서 이야기는 [어린신부]의 구조와 더욱 더 비슷해진다. 두 주인공은 서로가 부부관계임을 학교에서 비밀로 하게 되고 학교에서는 선생과 제자, 집에서는 동거인으로서 아슬아슬한 삶을 살아간다.



여주인공에게 숨겨진 비밀이 있다고 의심을 처음으로 한 사람은 그녀의 단짝 친구인데, 그 친구는 결국 그녀가 학교 선생과 결혼을 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게 되지만 비밀을 지켜주기로 약속한다.

이쯤 설명해도, "에이~ 우연히 비슷한 거겠지. 설마 표절이겠어?"라고 생각하실 독자들을 위해 [My Wife Is 18]의 스토리를 더 소개하겠다. 교사생활을 시작한 남주인공에게 그를 짝사랑하는 여교사가 등장하는데, 그녀는 그의 환심을 사기 위해 예고도 안하고 그의 집에까지 방문한다.

남주인공은 자신이 여자와 동거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녀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이런저런 변명을 해대며 아슬아슬한 위기를 겨우겨우 피해간다. 한편, 여주인공은 농구를 즐겨하는 자기 또래의 남학생에게 첫눈에 반하고 그에게 데이트 신청을 받는데 성공하고 꿈같은 데이트를 하게 된다.    

그밖에도 [My Wife Is 18]가 [어린신부]와 유사한 점들을 열거하자면 한도 끝도 없겠다. 하지만 표절 여부를 판단해 줄 결정적인 장면은 영화의 마지막 결말에 포진되어 있다.

[My Wife Is 18]에서 남주인공은 전교생이 가득 모인 체육관에서 단상에 올라가 자신이 유부남임을 공개적으로 밝힌다. 물론 모든 비밀을 폭록된 후, 학교는 아수라장이 되고 그를 짝사랑했던 여교사는 충격을 받고 아연실색 한다.

지금까지 열거한 줄거리상의 유사성들을 그저 "우연"에 불과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나는 그런 독자들까지 더 이상 설득할 자신은 없다. 하지만 내 생각으로 볼 때 이것은 우연의 가능성을 훌쩍 넘어선 것이며, 분명히 표절이 맞다고 보는 것이다.

[어린신부]가 표절작이라는 사실도 충격적이지만, 우리를 더 놀라게 하는 것은 그 출처가 된 작품이 한국에서 얼마 떨어지지도 않은 홍콩이란 나라의 최신 작품이라는 사실이다. 홍콩의 최신 영화들이라면 한국에서 비록 개봉이 안 된 작품일지라도 인터넷이나 여러 상영회등을 통해서 관객들이 접해 보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다.

도대체 이 영화를 만든 사람들은 무슨 배짱으로 표절을 한 것일까? 표절에 한없이 무감한 한국 관객들을 봉으로 본 것일 수도 있고, 어차피 영화에 대한 표절은 심의하는 기구도 없고하니 상영이 끝난 후에 걸려도 그만이라는 생각을 했던 모양이다.

* 백승광 기자는 브레이크뉴스 시민기자입니다. 브레이크뉴스 문화부에서는 곧이어 <어린신부> 표절 의혹에 관한 후속기사를 올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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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