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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1
문희준은 정말 록커일까?


문희준이 록 뮤지션으로서 결격사유가 없다는 이야기들이 있다.
그는 전곡을 자신이 직접 작사, 작곡하고 편곡까지 하는
음악 감독이며 싱어송라이터다.

사운드 운용으로 살펴보자면 디스토션이 깊숙이 걸린 기타 사운드가 50% 이상을 차지하고
8비트, 때로는 16비트의 리듬으로 리프를 만들어 그것을 주선율로 삼는다.

투베이스 드럼이나 샤우트 창법과 같은 1980년대 이후 록 음악의 이디엄도 발견된다. 하지만 우리는 그의 음악으로부터 심한 결핍을 찾아낼 수 있다.

멜로디라인은 ‘가요’의 5도권 진행을 그대로 따르고 있으며
그의 가사는 그야말로 고민을 하기 위한 고민과 비판의식을 가지기 위한
비판의식만을 지니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록의 이디엄과 완전히 다른 부분도 있다.
그의 ‘스타일 강한’ 옷차림과 헤어스타일,
팔을 까딱이는 안무, 팬들의 ‘일괄적인 헤드뱅’은
20년 이상 록 음악을 들어온 많은 이들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양두구육(羊頭狗肉), 록 음악의 이디엄을 지니고는 있지만
록 음악이라고 말할 수 없는 부분이 훨씬 더 많이 존재하는
‘아티스트’인 것이다.

우리는 여기서 4개의 베이스를 가지고 있고 투수와 타자가 존재한다는 이유로
발야구와 야구를 같은 종목으로 볼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를 발견할 수 있다.
발야구를 하면서 메이저리그에 가고 싶다는 인터뷰를 할 수 있겠는가.

그가 라이브 무대에서
“여러분과 저만이 진정한 록 마니아!” 라고 외치지만 않았어도
아무도 그에게 ‘당신은 록커가 아니다’ 라고 침을 튀기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주장하는 것과 결과물이 다른 사람들을 가리켜
우리는 사이비(似而非)라고 한다.
뜻을 풀어보면 그리 나쁜 것 같지 않다.
‘비슷하지만 아닌’이라는 뜻이니까.

도라지도 몸에 좋지만 인삼이라고 주장하면 사기다.
구시대적인 용어, ‘록 스피릿’을 이야기하려는 게 아니다.
모든 것이 ‘애티튜드’의 문제인 것이다.

조원희(대중음악 평론가)

미스터리2
코요테의 ‘뽕끼’는 어디서 나오는 걸까?


‘쉽고 빨리’ 익힐 수 있는 노래를 만들기 위해 뽕끼를 넣는 것은
국내 대중음악계의 공식과도 같다.
코요테의 음악은 룰라와 영턱스 클럽 등이 시작한
트롯 멜로디에 얹힌 하우스와 유로 댄스라는,
이미 검증된 음악적 공식을 전수받은 것이다.

무엇보다 코요테의 뽕끼에 대해 얘기할 때,
그 중심에 있는 신지의 창법을 빼놓을 수 없다.

어떻게 보면 신지는 엔카의 일본식 5음계에서 비롯된
‘빰 - 빠밤 - 빰빰’이라는 트롯의 전형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그녀는 주영훈, 이용민 등이 만든 멜로디 라인의 마디마디를 적당히 꺾고
내지르는 데 남다른 소질을 지닌 것이다.
대중들은 이러한 신지의 창법에서 쾌감을 맛본다.

마치 노래방에서 노래하듯 기교를 섞지 않은,
쭉쭉 뻗은 신지의 목소리는 10대보다 20, 30대에게
코요테가 더 사랑받는 가장 중요한 이유가 된다.

더구나 코요테는 특유의 밝은 이미지로
데뷔 이래 TV에 꾸준히 등장한 덕분에
그들의 모습은 대중들의 뇌리에 은근히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

코요테의 인기는 큰 이변이 없는 한 해체 직전까지 계속 이어질 것이다.

정건진(튜브뮤직 에디터)

미스터리3
박진영의 노래는 본인이 불러도, 비가 불러도, 노을이 불러도 왠지 비슷하다. 왜 그런 걸까?


한 사람의 노래를 누가 부르나 비슷한 건 박진영만의 일은 아니다.
60년대 필 스펙터 같은 명프로듀서는 많은 앨범을 특유의 방법으로
모두 ‘아름답게’ 만들어 버린 바 있다.

아, 그런데 박진영은 비슷한 게 아니라 똑같다는 말인가?

그건 시대가 흐른 만큼 좀더 업그레이드된 게 아닐지.
그는 자신의 히트곡으로 검증된 방법을,
제작하는 뮤지션들에게 똑같이 적용하고 있다.

GOD나 비도 질감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보컬 사용방법은 똑같은 식이다.
프로듀싱팀 매트릭스는 에이브릴 라빈 앨범의 히트곡을 쓰고
프로듀스해 떼돈을 번 후 힐러리 더프라는
틴 아이돌 팝스타를 하나 더 길러냈다.

어떤 식으로 관습적인 프로듀싱이 이루어지는지에 대한
‘컨템퍼러리하고 인터내셔널’한 예다.

박진영의 노래가 다 비슷비슷하다는 느낌은
‘그녀는 예뻤다’, ‘허니’, ‘키스 미’로 이어지는 훵크 연작에서 절정을 이룬다.

전부터 흑인음악에 대한 애정을 표방한 그이기에,
어스 윈드 앤 화이어풍의 패션은 그에게 잘 어울려 보였다.

하지만 반복성 강한 훵크의 특성을 간파한 날카로운 음악팬들은
그의 음악에 맞춰 춤을 추면서도

‘아, 전처럼 흥겹지 않다’는 생각을 공유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대중음악은 원래 동어반복의 교묘한 착시현상을 즐기는 게임 아닐까?

리듬 앤 블루스가 로큰롤로, 훵크가 디스코로, 개러지 밴드 리바이벌은 세 번째던가 네 번째던가….

조용범(팝전문지 필자)

미스터리 4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꺾는’ R&B 가수는 누굴까?


R&B는 재즈 리듬을 바탕으로 음의 굴절,
무엇보다 싱코페이션의 처리와 블루스 화음,
그리고 유럽 음악이 뒤섞인 형태로 출발했다.

그렇기에 R&B 창법이란 재즈적인 리듬감과
싱코페이션 처리가 절묘하게 녹아든
흑인 특유의 창법에서 비롯된다.

그것이 소위 R&B의 ‘꺾는’ 창법으로 불리는 것인데
바이브레이션까지 더해지면 금상첨화!

1995년 솔리드가 ‘이 밤의 끝을 잡고’로 가요계를 장악했을 때
김조한의 절묘한 꺾는 창법은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거의 R&B 창법의 원조처럼 여겨지곤 했는데,
그 이전에도 R&B와 가요를 절묘하게 결합하여 노래했던 이들이 있었으니,
싱어송라이터 김현철과 조규찬이다.

조규찬이 섬세한 음색으로 멋들어진 창법을 보여줬다면
김현철은 굴절된 음의 표현을 위해 얼굴 표정을 망가트리는 것을
괘념치 않았다.

방긋 웃는 얼굴이나 진지한 표정의 가수들에게 익숙했던 어르신들은
그런 그의 얼굴을 의아하게 여기기도 했다.

근래에는 R&B 가수임을 자처하는 뮤지션들이 대거 등장했는데,

박효신이 중량감 있는 목소리가 더 두드러지는 반면
휘성, 플라이 투 더 스카이 같은 가수들이
잘 꺾는 R&B 가수들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가장 잘 꺾는 가수를 꼽자고 한다면
여성 가수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태생적으로 남성보다 섬세한 음색을 지닌 여성이 보다 정교한 꺾는 창법을 보여줄 수 있는 것.

또 여성 특유의 고음역대에서 만들어내는 음정이
더욱 강한 인상을 남기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고음의 소유자 박정현의 꺾는 창법이야말로
가장 인상적인 것이 아닐까.

조은미(대중음악 칼럼니스트)

미스터리5
발음이 이상한 가수들이 있다. 이유는 뭘까?


좋은 가수는 매력적인 사운드와 가사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어떤 가수들은 이상한 발음으로도 인기를 얻곤 한다.
이상한 발음?
이를테면 혀를 도르르 말아주는 신승훈,
왠지 갑갑한 발음의 이현우,
냥냥거리는 김건모,
혹은 귀를 간질이는 박정현,
울먹거리는 넬(김종완),
일본어로 부르는 듯한 데이라이트(강연경) 등을 말함이다.

물론 노래 스타일에 따라 창법도 달라져야 한다.
모든 노래를 분명한 발음으로 해야 한다는 것 또한 정말 이상하니까.

하지만 뭔가 개운치 않다.
음악 장르/스타일은 당대의 사회/문화적인 배경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블루스 뮤지션이 째지는 목소리로 흐느끼거나 메탈 밴드 보컬리스트가
우악스럽게 악을 쓰는 것엔 나름의 이유가 있는 법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자연발생적인 스타일이 ‘수입’될 때 생긴다.
의미보다는 스타일이 먼저 수용되는 것이다.
물론 ‘스타일의미’는 공간과 사람들에 의해 변하기 마련이지만,
이것이 별다른 성찰 없이 (게다가 시장논리에 의해) 수용될 때는
제법 심각한 문제가 되기도 한다.

어떤?
일단 현지 스타일과 융화되기보다는 본토 스타일을 추종함으로써
대중문화를 서열화시키기도 한다.
또 유학파만이 ‘진짜’로 대접받거나,
현지에서 무시당한 작품이 해외에서 호평을 받고
역수입되는 ‘이상한’ 경우도 생긴다.

당연히 이것은 대중음악을 발전시키기보다 퇴행시키거나 정체하게 만든다.

물론 위에 언급한 가수들이 한국 대중음악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고 말하는 건 아니고 그럴 마음도 없지만,

그들의 이상한 발음이 오히려 세련되고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데 일조한
음악/미디어 산업 종사자들과 문화권력자들은 한번쯤 고민해도 좋다.

듣기 좋으면서 매력적이기까지 한 음악에 대한 바람이 너무 거창한 걸까?

차우진(대중음악 웹진 에디터)

미스터리6
이수영의 ‘가요계 절대반지’ 등극 비결은 뭘까?


평범한 것은 위대하다?
이수영에 대한 호감은, 크게는
그녀의 ‘옆집 언니/누나’ 스타일에서 비롯하리라.
부담스럽지 않고 친근한 이 유형은 때로 보호심리를 동반하기도 한다.

애니메이션 주제가 ‘하얀 마음 백구’를 부른 것도 그런 점에서는 찰떡궁합.

창법에 대해 논란은 있지만 반가성과 비음이 간간이 섞인 유형으로
낭랑청아, 강렬탁성, 시원풍성,
그 어느 좌표에도 속하지 않는 음색을 표출한다.

단어나 어절마다 강약 조절을 통해 변화감을 조성하는 무기도 만들어뒀다.
한 곡 안에서도, 혹은 곡마다 창법의 미세한 변화를 주는 기본기는 물론이고.
때로는 부드럽고 하늘거리게, 때로는 비감하게.

뭐니뭐니 해도 그녀를 애수 어린 발라드의 여왕으로 등극시킨 주된 공력은
비애를 싣는 절절함에 있을진저. 감정을 실으면서도,
그러나 지나친 이입은 배제한다.

절절한 열창이나 과도한 성량 과시는 없고
바이브레이션도 마디 끝쯤에서 살짝 머무를 뿐.
그럼으로써 그녀의 목소리는 튀지 않고 평범해진다.
그 평범하지 않은 평범함이야말로 그녀의 아우라를 이루는 요소일 터
(물론 단점도 된다).

그렇지만 이수영의 든든한 백그라운드 MGR이 없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건 화려한 캐스팅이 빛나는
드라마타이즈드 뮤직비디오의 영상에 힘입은 바 크다는 것
(이번에도 5억을 투자한다나?).

최지선(대중음악 평론가)

미스터리7
왁스 노래는 ‘헐하게’ 들린다. 그런데도 통하는 이유는 뭘까?


왁스의 음악은 ‘뽕끼’를 바탕에 깔고 있다.
뽕끼는 통속적이고 말초적인 감정,
그래서 ‘싸구려’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는
감정을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

어머니의 은혜를 신파성 가사와 최루성 멜로디로 풀어냈던
데뷔 음반의 ‘엄마의 일기’나,
하지원의 선정적인 댄스를 수단으로 나이 많은 오빠에 대한
순애보적 사랑을 노래한 ‘관광버스용’ 댄스 넘버 ‘오빠’ 등을 들어보면
왁스의 음악이 무엇을 무기로 삼고 있는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이런 특징은, 이어지는 왁스의 히트곡 레퍼토리 ‘화장을 고치고’, ‘머니’,
‘아줌마’, ‘관계’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것이기도 하다.

이런 뽕끼는 대체로 심금을 울리는 가사 한 줄이
사운드의 완성도보다 훨씬 큰 비중을 갖는 경우가 많다.
‘통속’을 표현하는 수단으로서의 음악(즉 ‘뽕짝’)은 ‘완성도’보다는
‘부담 없음’과 ‘쉽게 따라 부를 수 있음’에 포인트를 두는 쪽이
좀 더 큰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왁스의 노래가 노래방 반주 같은 ‘헐한’사운드를 들려주는 것은
그의 음악에 있어 큰 해가 되지는 않는다
(뽕짝이 가장 많이 불려지는 장소는 술집 아니면 노래방 아니겠는가).

하지만 여기서 ‘왜 하필 왁스인가?’하는 의문이 생길 수도 있다.
왁스의 음악은 기본적으로 뽕짝에서 벗어나지 않지만,
이를 ‘뽕짝 같지 않게’ 포장하는 데 능란하다.
초호화 캐스팅을 자랑하는 (뭔가 그럴 듯해 보이는) 뮤직비디오나
데뷔 당시 ‘얼굴 없는 가수’ 전략,
자의식을 드러낸 듯한 제목과 가사(‘머니’, ‘관계’ 등),
또 길었던 언더그라운드 가수 활동 전력 등을 활용해서
왁스(와 기획사)는 자신의 뽕끼를 그럴듯한 무언가로 변형시킨다.

사실 진짜 의미심장한 음악보다는 한 꺼풀 벗기면 별 것 없는 음악이
‘대중음악’의 본질에 좀더 가깝지 않을까?

김태서(대중음악 웹진 에디터)

미스터리8
누구나 쿨을 좋아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쿨을 싫어하는 사람도 없다. 그건 어째서일까?


올해 초,
대기업 과장으로 있는 친구 녀석과의 술자리에서 이런 얘기를 들었다.

얼마전 부서 회식 때 2차로 간 노래방에서
열 살 이상이나 차이 나는 여직원들이 부르는 노래중
왠지 익숙한 것이 있어 엔딩 타이틀을 지켜봤더니 쿨의 노래더라는,

그런데 자신은 잘 모르는 최신곡이었다는,
그래서 새삼 자신의 나이를 실감했다는,
그래도 즐거웠다는 후일담.

1994년에 데뷔한 쿨은 한국 가요계에서 보기 드문 장수 팀이다.
그들은 당시 신세대 열풍의 전위에 서 있었지만,
지금도 여전한 인기 그룹이다.
이재훈, 김성수, 유리의 3인조로 팀을 재편성,
데뷔 앨범의 쿨 가이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코믹하고 친근한 그룹으로 거듭난 후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했다.
매년 흥겨운 서머 시즌 송을 내놓으며 차트 1위를 차지했고,
그에 못지않은 절절한 발라드의 절창들은
그들에 대한 사랑을 더욱 공고하게 만들었다.

쿨이 지닌 강점은 10대에서 30대에 이르는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스펙트럼에 있다.
현재의 10대들에게도 쿨의 앨범은
여전히 통할 만한 재미있고 신나는 음악이다.
따라 부르기 좋은 멜로디라든가 남성과 여성이 대구를 이루며
세태를 적확하게 반영하는 감각적인 가사 등은
뮤지션과 감상자의 세대차를 넘어
그들의 음악을 보다 트렌디한 것으로 여겨지게 한다.

10대에서 30대까지, 세대를 구별하여 타깃층을 차별화하는 음악이 아닌,
각각의 세대에게 흥겹게 향유될 수 있는 음악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앞서 말한 친구를 상기해 보면,
쿨은 추억의 이름이자 영원해야 할 젊음의 상징태인 셈이다.
트렌드의 전방에 서 있는 대신 다양한 세대를 아우르는 그들의 음악이야말로
한국 가요의 평균치에서 정확하게 반보 앞서나가는 치밀한 계산의 산물이다.

5집 이후 프로듀싱을 맡고 있는 멤버 이재훈의 뮤직 비즈니스 역량은 그래서 더욱 빛난다.

김지승(음악 데이터베이스 회사 자크르 시스템즈 데이터 팀장)

미스터리9
수도권, 그리고 지방에서 통하는 노래는 뭐가 다를까?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지방에서 먹히는 음악과
서울에서 통하는 음악이 다른 건 지역적 문화의 특성차라기보다는,
전국구 방송을 타느냐 안 타느냐에서 판가름 난다.

나는 아소토 유니온이 정말 유명한 줄 알았다.
본토 음악을 지향하는 그들의 훵크는 그간 한국 사람들의 음악 성향을 봤을 때 대중적이기 힘들다.
그럼에도 그런 음악으로 꽤 많은 음반을 팔았기에
난 그들이 상당히 유명해진 줄 알았다.

하지만 아소토 유니온은 공중파 방송을 타는 팀이 아니었고,
그런 까닭으로 그들을 보고 싶어도 서울이나 경기 지역 이외의 사람들이
아소토를 구경하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지방에서는 인터넷을 통해 그들을 알고는 있어도
음악을 자주 접하기는 힘들고 아예 모르는 경우도 많다.
그들의 앨범은 거의 수도권 위주로 판매되었다.

예전엔 시답잖은 방송 프로그램이라도 어떻게든 한번 타 보려고 애쓰는
신인 가수들을 이해할 수 없었는데, 공중파를 많이 타야 그만큼 전국구로
앨범을 팔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그들을 이해하게 됐다.

아무리 수도권 인구가 많다지만 전국구로 인지도를 가진 가수들이
전국에 걸쳐서 파는 앨범의 수치와 비교할쏘냐.

그러니까 도대체 저런 앨범 뭐하러 사나 싶은 댄스 음반들이
의외로 많이 팔리는 현상에 너무 놀라지 말자.

전국민의 십시일반에 당할 자 그 누구인가?

그리고 서울에서만큼 다양하고 소소한 공연이 이뤄지고 있지 못한 지방에선,
멜로디 이외에 음악을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들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공연들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지 않다.
그러니 TV에서 임팩트가 강한 가창력을 보여주는 이들에게
높은 점수를 줄 수밖에.

박연세(대중음악 칼럼니스트)

미스터리10
자의식 강한 두 아티스트, 이상은과 김윤아가 보여주는 나르시시즘은 어떻게 다른가?


이상은의 목적은 ‘자기신화화’다.
모태는 국제화 콤플렉스다.
국제시장에 팔릴 만한 아시안 아티스트가 되고 싶은 것이다.
역사와 현실을 비워내고 목가적 자연만 남긴 아시아를 영어로 노래하는
뉴에이지 테크노를 통해 자신을 동방의 해탈한 약제사,
코스모폴리탄 영매라고 선전한다.
문화적이 아니라 종교적인 아이덴티티다.
다국적 레코딩 프로덕션, 보헤미안 테마 여행,
시와 미술로의 외유, 검증된 거장과의 공조는 필수 옵션이다.
시장과 작가성을 구분하고, 대중성과 예술을 구분하는 그는
평화를 전도하는 웰빙 음악의 선두주자다.
웰빙이 그렇듯, 그의 웰빙 예술에도 실체는 없다.

그러나 복지부동한 팬덤과,
때로 고상한 허위를 필요로 하는 미디어의 습속 덕에
그는 언제나 고고한 모습으로 호출되며, 그렇게 건재한다.


이상은의 어젠다가 반대중주의라면, 김윤아의 것은 고급 대중주의이다.

자우림에선 주류적인 감각으로 당의를 입힌 모던록을,
솔로 앨범에선 뮤지컬적으로 양식화된 창법과 감성으로 치장한
어덜트 교양음악으로 승부를 건다.
유한마담의 거실, 하이파이 스테레오에 어울릴 그 장식적 처연함은
증오의 외피를 두른 자기애에 온전히 바쳐진다.

이를 시장의 최상품 음악으로 판매, 목하 작가적 위상까지 획득했다.
영악하게도 그는 자신을 정통한 아티스트로 맥락화하려는 것에 반발한다.
진실이 가면 너머에 있는지 없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바로 잊혀지고 싶다’고 말하는 이 ‘쿨하게 가벼운 언니’는
살부(殺父) 판타지의 존엄성을 노래하며 화장품 CF 속에서
너울짓할 수 있는 탄력적인 셀프 마케팅의 귀재다.

최세희(대중음악 평론가)

미스터리11
가장 싸게, 그러면서도 가장 잘 만드는 프로듀서는 누굴까?


아마 가장 이상적인 대답은 ‘작사/작곡과 세션, 믹싱,
마스터링을 혼자 도맡고 최소한의 장비로 최대한의 효과를 끌어내는
동시에 가수의 특성을 극대화시키는 능력’을 가진
프로듀서의 이름을 대는 것일 것이다.

그러나 이런 프로듀서는 없다.

그건 박진영이건 김형석이건 에이브릴 라빈의 프로듀서
매트릭스건 마찬가지다.
현대의 대중음악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정돈된 분업 체계를 갖추고 있다.
그 과정에서 프로듀서의 위치는 점점 줄어들게 된다.

그는 효과적인 중재자이어야 하지 노골적인 독재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어떤 프로듀서의 ‘개성’은 그 중재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표현되느냐에 달린 것이다.

무엇보다, 프로듀서의 개성은 그와 함께 일하는 뮤지션의 개성을 살린 뒤
나와야 한다.
브리트니 스피어스와 맥스 마틴의 관계는 그 좋은 예 중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아직 한국의 프로듀서들은 가수의 개성을 살리는 일보다는 ‘기획사,
혹은 자신의 개성’을 살리는 데 몰두하는 것처럼 보인다.

S.E.S의 사운드는 동방신기의 사운드와 별 차이가 없다.
따라서 그것은 SM 엔터테인먼트의 사운드다.

박진영이 프로듀서를 맡은 사운드,
김형석이 프로듀서를 맡은 음반의 사운드는 가수의 개성이 아니라
그들 특유의 개성을 살리는 데 주력하는 것처럼 들린다.

그것은 자신들의 장래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가수들의 장래에는
별로 도움이 되는 것 같지 않다.

비의 음반과 GOD의 음반을 구분할 수 있는 근거는
음반 커버와 노래를 부르는 목소리뿐일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쓰는 비트와 샘플은 종종 비슷하게 들린다.
그 덕에 그들은 자신의 개성조차 잘 살리지 못하는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싸게’ 만드는 프로듀서가 누구일지는
생각해볼 수 있을지 몰라도 ‘싸게 잘’ 만드는 프로듀서가 누군지는
잘 모르겠다.

여러분이 좋아하는 가수의 프로듀서가 가장 잘 만드는 프로듀서일 것이다.

‘이와 비슷한 소리를 3년 전에도 들었는데’라는 생각만 하지 않는다면.

최민우(대중음악 웹진 편집장)

미스터리12
트롯은 어쩌다 ‘저질’로 전락하게 됐을까?


대중문화 수용자 안에도 취향의 경계가 점차 뚜렷하게 드러나고
그것이 서열화되는 요즘, 트롯은 아마도 가장 낮은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저질과 왜색’은 트롯의 원천적 한계처럼 보인다.

왜색 시비의 주범이었던 요나누키 단음계에서 탈피하여
끊임없이 트롯의 음악적 변화를 꾀하여 왔지만 저질 시비는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일제 시대 유입된 초창기 트롯은
도시의 새끈한 중산층이 향유하던 음악이었다.
조명암, 박영호 등 일제 시기 트롯 작사가들은
당대의 명망있는 문사와 시인들이었고,
가수 채규엽은 동경 유학까지 다녀온 엘리트 음악인이었다.

당시 지식층들이 트롯에 열광한 이유는
그것이 이국적인 신문물이었기 때문이다.
눈치 빠른 분이라면 굳이 옛날 이야기를 꺼낸 이유를 짐작할 것이다.
트롯 저질 논쟁의 이면에는 우리 특유의 ‘새것 콤플렉스’가 만만찮게
포진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이국적 신문물이었던 트롯은
그러나 대중들에게 익숙해지는 순간부터 추락을 거듭했다.

동시에 트롯이 차지했던 ‘선별된’ 대중문화 수용자를 위한 음악은
재즈에서 포크, 팝 발라드, 얼터너티브, 모던록, 일렉트로니카로
끊임없이 바뀌었다.

그리고, 권좌에서 물러난 음악은 속속 트롯에 포섭되어 포크도,
발라드도 어느새 ‘트롯 메들리로 대동단결하는’
놀라운 평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오직 시대 탓, 대중의 변덕스러운 기호 탓만 하면
트롯의 저질 혐의는 벗어나는 것인가?

트롯이 이중의 십자포화에도 불구하고
오랜 세월 대중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었던 저력은
삶의 후미진 곳까지 훑어주고, 반추해내는 순정함에 있었다.

그러나 트롯 가수와 음악인들은 현장성이 주는 효과에 매몰되어
트롯 본래의 정서적 공감대를 외면했다.

트롯이 언제부터 사원 단합대회의 여흥을 위한 음악이었던가?

낮은 곳에서 고단한 삶을 위로해 주던 트롯이 언제부터 현란한 뽕댄스,
웃기고 자빠지는 코믹 음악이 되었던가?

대중들은 새것에 열광하지만 익숙함에 기꺼이 의탁하기도 한다.
‘적당한 뽕끼’가 히트 공식이 될 만큼
트롯에 원천적, 정서적 친밀감을 지니고 있는
가요 팬들이 트롯을 외면하는 이유를 찾자면 트롯을 노래가 아닌 여흥,
그리고 왜색보다 더 심란한 초절정 하이브리드 음악으로 만드는 데 일조한
트롯 가수를 비롯한 음악인들도 빼놓을 수 없다.

박애경(대중음악 평론가)
  

editer | 송원석


출처"gg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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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ある..』 2004.08.04 09:17
    와하-스트롤압박이 죽이네요;ㅅ;乃
    전 다른가수들보다 신지가 더 좋던데..난 2,30대인가?;ㅅ;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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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음아이 2004.08.04 09:42
    전문가들은 역시 뭔가가 틀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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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MaTel 2004.08.04 09:58
    역시 머리가 아파오는... [무식이 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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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山P 2004.08.04 10:38
    다들 맞는 듯;; 3번, 8번 심히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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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aken Kreuz 2004.08.04 11:04
    일본어로 부르는 듯한 데이라이트(강연경) 에 올인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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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라틈돠 2004.08.04 11:19
    으음, 말투들이,,!!!!!!!!!!!!!!!
    박정현, 정말 잘 꺽어요,
    아앗 그리고 그 데이라잇 저도 처음에 앥젤송들었을때 일언줄알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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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레나트 2004.08.04 11:31
    저도 가야수련님처럼 일본어로부르는듯한데이라이트에 올인입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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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지~ 2004.08.04 11:36
    스크롤의 압박;

    데이라잇은 번안에 창법가지 비슷하여 그런게아닐런지
  • ?
    ayuuu 2004.08.04 11:43
    누구나 쿨을 좋아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쿨을 싫어하는 사람도 없다.
    ↑ 8번.. 정말 맞는 것 같네요 +_+ 저도 이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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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OVEBITE! 2004.08.04 12:07
    미스터리11 정말 와닿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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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ATSURU 2004.08.04 12:24
    흠흠...다들 공감하고있던얘기들.
    사람들이 어줍잖게 휘갈기는게 아니라 진짜 전문가가 쓴거라서 그런지 뭔가 정돈된느낌-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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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順 in 柴田 2004.08.04 12:40
    역시 전문가야-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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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ikke♥ 2004.08.04 13:39
    신기하네요=_= 막 와닿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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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쥰노 2004.08.04 13:45
    허허-_- 8번 맞는것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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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지로君 2004.08.04 14:02
    음, 재밌는거 읽은 듯한 기분이 드네요:)
    허허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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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unacy 2004.08.04 18:30
    공감가는게 많네요 +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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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츠리 2004.08.04 21:55
    와아....(어느샌가 진지하게 읽고있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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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리엘 2004.08.04 23:04
    와;;;머리아프면서도 한곳에선 "아아~동감!!!"이라고 중얼거리고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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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이하 2004.08.04 23:18
    와..공감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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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언의달빛 2004.08.05 14:04
    너무 길어서 꼼꼼히 읽지는 못했지만..
    저도 공감하는 부분이 많이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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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즈의도로시 2004.08.05 14:51
    재밌게 읽었습니다! 공감가는게 많군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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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08.07 12:26
    난 쿨 진짜싫어하는데-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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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진회 2004.11.04 11:13
    와... 정말 좋은 말씀이십니다.

    근데 조금 너무 하네요. 쿨도 노래는 좋은데.
  • ?
    소다링 2006.01.19 17:57
    음, 날카롭게 꼬집어 내네요. 검색하다가 보게 됐는데 정말 대동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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