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 Story (가제) #4 Insomnia or Tropical night (불면증 또는 열대야)

by 카에데 posted Jan 12,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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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 Story (가제) #4 Insomnia or Tropical night (불면증 또는 열대야)

by. 카에데

일주일째 잠을 못 이루고 있다.
TV를 보면서 꾸벅꾸벅 졸고 있다가도 침대에 눕기만 하면 눈이 말똥말똥해진다.
그것은 참으로 답답한 일이었다.
졸렵지만 잠은 오지 않고.
자고 싶지만 잠은 오지 않고.
항상 규칙적인 생활을 해오던 나에게는 너무나 괴로운 일이고 신경이 매우 날카로워졌다.
이런 상황이 몇 일 더 계속된다면 난 미쳐버릴게 분명했다.
잠을 못 이루는 이유는 뭘까.
불면증 때문일 수도 있겠지.
불면증은 어떻게 치료해야하지.
의사와 상담을 해봐야하나.
아니 불면증일리는 없을 것이다.
살면서 지금까지 불면증이란 걸 모르고 살아왔다.
그런 내게 갑작스레 불면증이 찾아 왔을 리 없다.
그러면 열대야 때문이 아닐까.
올해 여름은 사상 최악의 더위를 자랑하고 있었다.
일사병에 걸려 죽어버린 사람들은 매일 빠짐없이 TV 뉴스를 장식했다.
그 정도로 더위는 심각했고 잠을 자야하는 밤에 필요 이상으로 너무 더웠다.
사람들은 더위에 짜증이 늘어갔고 미간에 주름이 자리잡았다.
기상청에서 무더위의 원인을 찾아내지 못했다.
물론 여느 과학자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너무 무지했고 또한 무책임했다.
뭐든 게 미스터리였다.
사람들 사이에서는 신이 노해 인간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는 거라는 추측이 난무했다.
말세의 징조.
정말 그렇단 말인가.
어쨌든 열대야는 매우 심했지만 잠이 안 올 정도는 아니었다.
몇 일은 못 잘 수도 있겠지만 결국 몸이 너무 피곤해져서 곯아떨어질 게 확실했다.
어쩌면.
그와 헤어진 게 이유일지도 모른다.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괜찮지 않았을 수도 있다.
무서워졌다.
내가 내가 아닌 것 같았다.
나는 괜찮은데 나는 괜찮지 않다.
나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가부좌를 틀고 침대 위에 앉았다.
생각조차 않았던 행동이다.
역시 나는 내가 아닌 것일까.
화장대의 거울이 보여 응시해 보았다.
눈에서 물이 솟아나고 있었다.
섬찟해졌다.
당신은 누구.
나는 거울 속에 울고 있는 내게 물었다.
서울 속에 우고 있던 나의 입이 미소를 지으려는 듯 씰룩거렸다.
그 형상은 나를 소스라치게 했다.
나는 아주 큰 목소리로 소리를 질렀다.
그런 큰 목소리를 낸 것은 그 날이 처음이었다.
엄마가 나의 목소리를 듣고 달려와 나를 다독여 주기를 바랬다.
하지만 그것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미 꿈 속으로 깊이 빠져버린 듯한 엄마는 방에서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나는 거울 속의 내게 소리쳤다.
왜. 왜. 왜 나를 괴롭히는 거야.
시작한 것도 끝낸 것도 너였어.
엄밀치 말하면 내가 피해자란 말이야.
그런데 왜 아직까지도 날 힘들게 해.
제발 사라져줘.
이제 그만해.
그래, 널 사랑했어.
난 잘못한 게 없어.
그러니까 이제 그만해.
널 사랑했을 뿐.
무더위만큼이나 뜨거운 물이 얼굴을 타고 흘러내렸다.
한없이. 끝없이.
얼굴이 타는 듯 뜨거워졌다.
몸 속 깊이 뜨거운 것이 울컥 치밀어 오는 듯 했다.
아- 아프다.
널 내 머리 속에서 얼마나 비워내야 잠들 수 있을까.





카에데 수다(-_-) : 작년 여름방학에 쓴 만큼 여름 분위기가 나지 않습니까? (강요)
눈이 펑펑 오는 이 시점에서 이 글을 올리기가 상당히 그렇네요;;
뭐 이 글 같은 경험은 없었습니다.
그럼 그냥 읽어주시구요.
그럴 일은 없겠지만 뿌리지 말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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