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스포츠]
국내 음반시장이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톱가수 음반판매가 100만장을 훌쩍 넘기던 시대는 옛날 얘기다.
웬만해서는 10만장 팔기도 힘들다. 사회 전체를 휘감고 있는 불경기 탓만은 아니다.
음반시장의 터전을 위협하는 요인들이 너무 많다. 그 후유증은 너무 심각하다.
좋은 노래 만들기에 전력해야 할 가수, 제작자, 매니저 등이 호구지책을 찾아
다반사로 본업을 제쳐두고 있다.
가요계의 젊은 실업자 양산은 더이상 뉴스거리가 아니다.
공해 한 톨 없이 달러를 캘 수 있는 청정 수출산업 '한류'마저 동력을 잃고 있다.
이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가요계 종사자, 정부, 가요를 사랑하는 팬 등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한다.
불과 10여 년 전 가까스로 벗어난 문화종속의 자괴감을 후손에게 또다시 물려줄 수 없다.
위기의 실체는 무엇인가. 가요 시장 침체의 근본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불황의 골에서 벗어나기 위한 대책은 없는 것인가. 최고 전통의 종합 엔터테인먼트
대중지 일간스포츠와 한국 경제를 이끌어온 매일경제는 '우리 노래를 살리자'는 취지에 뜻을
함께하고 5회에 걸쳐 위기의 음반 시장을 심층 진단하는 공동 기획 시리즈를 마련했다.
(편집자주)가수·매니저 등 가요계 종사자들 생존위해 포장마차·음식점 운영사무실
전기·전화료 못내는 곳도가수, 제작자, 매니저 등 가요계 종사자들이
'관객' 아닌 '손님' 만나기에 바쁘다. 무대에 서고 음반 제작 현장을 뛰어다니기보다는
포장마차나 식당일 등 부업에 더 정신이 팔려 있다.
최근 강남이나 신촌의 먹자골목에 가면 '열심히 일하고 있는' 가요 종사자들을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자신의 업소 홍보를 위해 손님들에게 눈도장을 찍는 데 전력투구하고 있다.
"음반 시장의 심각한 불황으로 음반 판매만으로는 먹고 살기 힘들다"는 말은
푸념 차원을 넘어 일상의 위기로 다가왔다.
가수 김성수(쿨)와 이성진(NRG)은 신사동, 은지원은 신촌에서 포장마차를 운영 중이다.
톱가수 장나라 김현정의 제작자 임용수 퓨어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최근 청담동에 음식점을 냈다.
혼자서 목돈을 마련하기 힘든 매니저들은 끼리끼리 뭉쳐 포장마차나 바(bar)를
여는 것이 유행처럼 됐다. 생존을 위한 제작자나 매니저들의 부업 전선 진출은
올 하반기 들어 특히 심해졌다.
가수 이기찬의 매니저 이용걸 실장은 신촌에 포장마차를 냈다.
"예전 같으면 음반이 안정적으로 팔려나갔기 때문에 일에 전념할 수 있었다.
하지면 현재는 음반시장이 무너졌다. 딱한 처지의 매니저들이 허다하다.
먹고는 살아야 하기 때문에 부업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는 또 "여러 명이 지분을 나눠 투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수익이
나도 큰 돈을 버는 것은 아니다. 비슷한 식당이나 포장마차가 너무 많아 손해를 보기도 한다.
그래도 음반에만 매달리는 것보다는 훨씬 낫고 안정적"이라고 덧붙였다.
이 실장은 "포장마차를 할 수 있는 우리는 그나마 사정이 낫다.
사무실을 줄여 이전하고 전기, 전화료도 못내는 기획사들이 많다.
이곳 매니저들은 포장마차 차릴 돈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날개꺽인 음반산업 추락의 끝은…가요계 불황의 심각성은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
시장 위축은 고용불안정의 또다른 불씨를 잉태하고 있다. H.O.T, 보아 등을 배출한
굴지의 제작사 SM엔터테인먼트가 직원의 절반이 훨씬 넘는 80여 명을 감원한 것이 단적인 예다.
아세아레코드는 본업 수입이 없어 빌딩 임대료로 가까스로 직원 월급을 충당하고 있다.
자금 마련이 어려워 1년에 음반 한 장 못내는 기획사가 수십 곳에 이른다.
수많은 가요 기획사들이 연기자 매니지먼트로 전업을 추진,
아예 가요판을 떠날 생각도 하고 있다. 성시경, 비, 그룹 신화의 김동완 에릭 등 젊은 가수들은
연기자 겸업에 적극적이다. 이들은 "노래 만으로는 미래가 너무 불안하다"고 절규한다.
연기 겸업까지는 아니더라도 대개의 가수들은 음반을 발표하면 쇼, 오락 프로그램에 나가
'구르고 망가져야' 한다. 음악만 좋다고 음반이 팔리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홍보를
위해서는 불가피한 외도다.
올해 최다 음반 판매량(52만장)을 기록한 김건모도 판매량이 예상에 못미치자
공중파 방송 3사, 케이블 채널의 모든 오락 프로그램을 돌았다. '노구'를 이끌고
당시 과도한 스케줄을 소화하던 김건모는 막상 중점을 둬야 할 음악 프로그램
출연을 앞두고는 대기실에서 쏟아지는 잠을 이기지 못하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김건모는 "최상의 컨디션으로 무대에 오르지 못하는 것이 늘 아쉽고 팬들에게 미안하다"고 실토했다.
상당수 고정팬을 확보하고 있는 그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방송 출연을 아무리 많이 하고,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도 음반이 안 팔리는 대다수의 가수들은
돌파구를 찾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게 현실이다.
http://www.bestiz.net (by. 낫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