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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 휘날리며’라는 제목의 영화 촬영장면을 보기 위해 일본의 관광객들이 한국을 찾고 있다.
주로 30대 이상의 여성인 일본인들은 장동건과 원빈을 직접 만나고 그들의 연기를 보면서 즐거워한다.
‘겨울연가’가 방영되면서, 배용준의 골수팬을 자처하는 일본인들도 크게 늘었다.
소녀가수 보아의 일본 내 인기는 우리가 아는 그대로이다.

언론에서는 이를 ‘한류의 일본 진출’이라고 말한다.
드디어 일본도 한국 대중문화의 영향권 안에 들어왔다고 흥분한다.
일본의 대중문화가 전면 개방된다 하더라도, 한국의 대중문화가 일본에서 상품성을 인정 받는 한,
특별히 손해날게 없다는 평가도 있다.

반면 한국 대중문화의 영향력이 점점 감소하고 있다는
대만에서의 조사결과에 대해서는 ‘한류’의 거품이 식어간다는 걱정을 한다.
한국 대중문화가 지금의 ‘위력’을 유지하고 강화하기 위해서는
이러저러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몽골부터 중국, 홍콩, 대만은 물론 베트남과
필리핀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문화상품’이 뻗어나갈 수 있는 공간은
아직 무한하다는 기대감도 여전하다.

이 같은 기대와 흥분과 실망과 평가의 기저에 깔린 철학은 과연 무엇일까.
달력을 80년대 초반으로 되돌린다면 그 답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할리우드의 문화 제국주의, 그리고 다국적 미디어기업의 상업전략, 물량공세를 펴며
전 세계의 영화, TV시장을 장악하고, 상대국의 미디어시장을 초토화하고,
나아가 관객과 시청자에게 미국우월주의와 반공 이데올로기를 주입한다는 주장들.
허버트 쉴러를 필두로 한 문화/미디어 제국주의는 당시 문화적 약소국인
한국의 언론인과 학자들에게 ‘문화침투’에 대한 반박의 논리를 제공하였다.
일본에서 통신위성을 통한 시험 TV방송을 할 때, 일본의 소위 ‘저질’ 대중문화가
우리나라에 들어오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주장도 그 궤를 같이하였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아류 할리우드가 되어 인접국들에게
더 많은 영화와 노래, TV 프로그램을 수출하기 위한 묘책을 짜내고 있다.
정부에 대해서는 한류 확대를 위한 적극적 정책을 내놓지 않고 무엇을 하냐며 비판을 한다.
중국의 불법 복제 음반과 VCD를 막는 국가간 정책협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보아의 경우처럼, ‘철저한’ 사전 시장조사와 마케팅을 통한 고도의
판매전략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설득력을 얻는다.

신문기사 검색창에 ‘한류’라고 입력을 해보면 한국 대중문화에 대한
미디어담론은 쉽게 파악된다. 민족적 자존심과 한국문화의 우월성은 미디어가
구성하는 한류의 ‘문화적’ 의미이지만, 이 같은 문화적 의미는 경제적 담론에 재빨리 흡수된다.
문화는 결국 상품화되고, 따라서 아시아라는 공간은 ‘문화공간’이 아닌 ‘시장’으로 전이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한류를 설명하는 단어는 사상, 사조, 내용, 표현양식 등의
문화지향적 개념이 아니라 품질, 마케팅, 산업화, 수출 등의 경제지향적 개념이다.
한편, 미디어가 한류 스토리를 꾸미는 과정에서 정부, 정책 등의 단어도 재료로 등장하는데,
문화는 국가 주도로 움직일 수 있는 대상으로 위치 지어지며, 한국 대중문화는 수출 증대와
수익 극대화를 위해 국가가 개입해야 하는 도구가 된다.

신자유주의 질서 속에서 ‘세계화’는 다국적 기업의 전횡이나 메이드인코리아 상품의
수출로만 조망된다. 한국의 영화나 드라마도 아류 문화제국주의의 그늘 아래,
가능성 있는 수출상품으로만 여겨지는 것이다. 영화사나 방송사, 연예기획사만이 아니라 정부도,
그리고 대중문화의 생산자들도 그렇게 바라본다.
배우도 가수도 언젠가부터 스스로를 ‘자랑스러운 산업역군’으로 여기게 되었다고
표현해도 크게 지나치지 않은 듯 하다.



한국 대중문화가 아시아 국가들로 뻗어나가는 현상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이를 안산에 모인 동남아시아 노동자들과 같은 틀로 해석할 수는 없을까?
그들의 삶에 대해, 그들의 문화에 대해 무심하면서
우리의 문화 ‘상품’이 잘 팔리는 지에만 관심을 갖는 것은 분명 제국주의적 발상이다.


아시아라는 지역적 기반 아래 서로에 대한 이해와 공유를 확장해나가는 것이
대중문화 교류의 지향점이어야 한다. 우리나라에 와본 적 없는 아시아 국가의
평범한 사람들이 한국의 영화나 TV를 통해 한국인의 사는 모습과 생각을 이해하게 되고,
한국인들은 문화적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몽골과 동남아 노동자들과 부대끼고
이야기하며 이해하게 될 때, 그것이 곧 아시아적 문화교류가 될 수 있다.

대중문화의 수출전략과 정책은 문화교류를 위한 고민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리고 그 고민은 안산이나 시흥에서 맞닥뜨리는 아주 작은 문화적 실천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윤태진 (연세대학교 영상대학원 교수)


http://www.bestiz.net  (by. BoA@마키)
+ 음..산업 역군?; 어렵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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