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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집 윗집(으로 추정)에 사는 꼬맹이가 아침마다 칭얼대는 소리가 언제부턴가 귀에 거슬리더라구요.
제 나름대로 '꼬장부리는 꼬맹이'라는 뜻에서 "꼬꼬맹이"라고 부릅니다.

이 꼬꼬맹이...
매일 칭얼대는 이유가 바로
'엄마랑 떨어지기 싫어요!' 입니다.

아마 엄마, 아빠가 맞벌이를 하고, 할머니, 할아버지께 보살핌을 받는 손자녀석인 것 같아요.

집이 놀이터 옆이라 워낙 시끄러워서 사실 꼬맹이 울음소리 쯤이야... 이미 면역이 생겼달까요...

헌데 이 꼬맹이가 몇 주 전 아침에 너무 울어대서 할머니께 쫓겨났나봐요.
대문 앞에서 막 칭얼칭얼대는 거에요.
집 안에서는 할머니께서 울면 안 들여보내준다 하시고....
그렇지만, 너무 울면 숨이 계속 차서 울음을 멈추고 싶어도 멈출 수 없잖아요...
저도 어린시절에 꽤나 고집세고 울보였던 전적이 있는 지라,
이 꼬맹이가 측은해지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꼬맹이 칭얼대는 목소리도 꽤 귀엽고...
꼬맹이들 특유의 어눌한 발음과 코맹맹이 소리..

하지만, 그것도 처음 들었을 때 뿐이었어요.
그 소리를 인식한 순간,
아침마다 그 꼬맹이가 울어재낀다는 걸 알았고,
그 시간이 항상 엄마 출근 시간이라는 것을 알았어요.

할머니가 손자 안고 출근하는 엄마 배웅하기.
그 때부터 이 꼬꼬맹이의 "엄마, 가지마!" 가 시작됩니다.
어찌할 바 모르는 엄마의 쩔쩔매는 목소리도 들려오고,
그러다 결국 엄마는 사라지고, 꼬꼬맹이 목소리는 커지고...

2주 정도 지났나...

오늘도 어김없이 그 장면의 시간이 다가왔었죠.
할머니가 손자 안고, 엄마 잘 다녀와 빠빠이 인사를 시켜주고,
꼬꼬맹이 또 훌쩍거리기 시작하고, 엄마도 쩔쩔매는 듯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오늘은 꼬꼬맹이가 조용히 훌쩍거리기만 하고 가지말라는 말은 안 하는 거에요.
그래서 엄마도 마음 편하게 출근하겠거니 하고 할머니께 다녀오겠다고 하고 슬슬 출발하시려고 했죠.
그 순간,
꼬꼬맹이가 울먹거리다말고 엄청 큰 소리로

"엄마, 한번만 안아줘!"

이러는 거에요.

꼬꼬맹이...
목소리가 얼마나 슬프고 애절했는지,
아침부터 그 소리에 눈시울이 붉어지고 말았어요.

참고참고 또 참아봐도 엄마를 그냥 보내기 싫었던 걸까요?
아니면 엄마가 자기를 싫어하는 줄 알고 엄마의 사랑을 확인하려고 했던 걸까요?

아무튼 엄마는 꼭 안아주고 출근했답니다.

내일도 꼬꼬맹이가 칭얼댈지 안 댈지가 제일 궁금하군요.(제발 이젠 조용히 엄마 좀 보내주련..)

어쨌든 제 나름대로 해석을 하자면,
꼬꼬맹이가 이렇게 결심을 할 때까지 혼자 많은 생각을 했을 겁니다.
지금 꼬꼬맹이에게 세상에서 제일 슬픈 건 아침마다 엄마와 헤어지는 것이었을테니까요.
꼬꼬맹이는 슬픔을 혼자 견뎌내는 결심을 한 것입니다.(내일 또 울지만 않으면요.)
그리고 오늘 엄마 분도 아마 행복하게 회사생활을 하고 계실 것 같아요.

아침부터 이 사건으로 인해 마음이 짠 했는데,
요새 기분 안 좋았던 것이 조금은 풀리는 듯도 합니다.
그러고보니 저는 엄마, 혹은 아빠를 안아달라조르거나 안아드린 적이.. 없는 것 같아요.
나이가 한두살 먹어가면서 저런 표현들도 하나씩 마음에서 사라지는 것이 조금이 안타깝고 쓸쓸한 거 같습니다.


+)오랜만에 들러서 글을 넘 길게 쓴 거 같은데,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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